사선에서

사선에서 KBS1 밤 12시20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막지 못했던 경호원이 노년에 다시 대통령 경호업무를 다시 맡게 되면서 암살범과 대결을 벌이는 수준급 정치·액션 스릴러다. 과거엔 ‘특전 U-보트’로, 최근엔 ‘퍼펙트 스톰’ ‘트로이’ 등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명장 볼프강 페터젠의 연출 역량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른 것 다 제쳐두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존 말코비치의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맛만으로도 놓치기 아깝다.

원제 In the Line of Fire. 1993년. 약 123분. ★★★★ 선정성 1/5. 폭력3/5.


영자의 전성시대 EBS 밤 11시45분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 등과 더불어, 흔히 ‘암흑시대’로 일컬어지는 1970년대 한국 영화를 예외적으로 살찌운 역사적 멜로 영화 중 하나다. 부잣집 가정부에서 봉제직공, 바걸, 버스안내양, 창녀로 전락하는 영자(염복순 분)의 파란만장한 삶을 목욕탕 때밀이 창수(송재호)의 눈으로 그린, 사회성 짙은 리얼리즘 계열 작품으로도 한국 영화사에서 기념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조선작 원작을 김승옥이 각색했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자면 연기나 연출 스타일이 적잖이 촌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유신치하의 당시 영화적 여건 등을 고려하고 본다면 그 정도의 촌스러움은 그다지 큰 흠으로 비치진 않는다. 특히 영화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남겼는데, 사고로 한 팔을 잃고 외팔이로 자학 속에 사는 영자의 등을 창수가 눈물을 흘리며 밀어주는 바로 그 장면이다. 멜로 영화로썬 드물게 어떤 사회성과 시대성, 나아가 일말의 계급성까지 감지하게 해준다.

1975년 2월에 개봉된 영화는 그해 외화 흥행 1위작인 ‘스팅’의 33만명을 능가하며 36만 이상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의 대 히트에 고무되어 ‘창수의 전성시대’, ‘미스 염의 순정시절’ 등 아류작들이 나왔으나, 당연히 그 어느 것도 미치진 못했다.

강추. 감독 김호선. 약 107분. 19세 이상. ★★★★1/2(5개 만점). 선정성 2/5. 폭력성 1/5.

(전찬일 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