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제동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위인전을 즐겨 읽는다. 위인의 초상이 그려진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마치 그가 "이리 오너라. 나와 이야기 좀 하자" 하며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아서다. 위인들과의 만남은 약속을 따로 잡을 필요도 없다. 내가 펼치기만 하면 자기만의 향기와 이야기를 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친구와 장난을 치다 무릎을 크게 다쳐 대구 외삼촌 집에 6개월간 머물렀었다. 외삼촌 서가에 장식처럼 꽂혀 있던 위인전 30권이 유일한 친구였다. 출판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명성왕부터 이순신에 이르기까지 국내 위인들의 생애를 다룬 전집이었다. 그중에서도 이순신 장군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천하의 이순신도 무과에 여러 차례 떨어졌다는 얘기가 어찌나 기쁘던지(?). 말에서 떨어져 부목을 대고 있었을 이순신과 다리 전체에 깁스를 칭칭 감고 있는 내가 오버랩되어 아주 흐뭇했다.

창공을 날아다니는 새들만 보다가 둥지 안에 있는 알을 훔쳐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위인전은 차가운 동상이 줄 수 없는 무한한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