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 청장은 학자 시절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200만부 넘게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작가. 익살과 비유, 직설을 잘 버무린 수사(修辭)로 청중을 사로잡지만, 청장으로서의 그 같은 화법은 오히려 번번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화재계는 '스피커가 크다'고 지적한다.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지만, 말부터 앞선다는 우려도 담고 있다.
유 청장은 지난달 31일 전북대 박물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물관 앞 히말라야 삼나무에 대해 "박정희 정권 때 심은 것으로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무가 잘려나간〈본지 4월 28일자 A2면〉 일로 또 구설에 올랐다. 28일 문화재청 홈페이지와 이 대학 홈페이지에는 이 사건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이승호씨는 "박정희 정권 때 심어졌다고 베는 논리라면 그때 지어진 캠퍼스도 때려부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 일로 전북대도 난처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대는 당시 유 청장에게 전주향교 소장(所藏) 전라 감영 목판을 소개한 뒤 국가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한 터였다.
두재균 전북대 총장은 28일 "유 청장의 발언이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낳을 줄 몰랐다"고 곤혹스러워했고 한 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시대 감영 목판으로는 유일한 것이라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아 왔다"며 이 일이 목판 보물 지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유 청장의 첫 구설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창덕궁을 안내하며 "대통령은 정조와 같은 개혁가"라고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 12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복원한 미륵사터 동탑을 두고 "(하도 복원이 잘못돼서)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키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는 직설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월 유 청장은 '광화문 현판 교체' 발언으로 큰 논란을 불렀다. "박 대통령이 쓴 광화문 현판을 올 8·15 광복 60주년에 맞춰 정조의 글씨 등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문화재위원회는 '광화문 복원 때 현판 교체'로 결론냈다.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관리국의 1993년 결정으로 '회귀'한 것이다.
광화문 현판 교체 논쟁에서 유 청장은 또 "현충사는 박 전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므로 박 전 대통령이 쓴 현충사 현판은 뗄 생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을 확대시켰다. 바로 다음 날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지만, 이후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에 걸렸던 박 전 대통령의 현판이 훼손되는 등 '박정희 글씨' 사건의 파장은 골이 깊었다.
이달 초 강원도 낙산사를 전소시킨 산불 때도 말이 앞섰다. 그는 "피해액 30억원을 국비로 전액 지원해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법은 문화재 보수 때 국보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국가에서 70%, 지방자치단체에서 30% 부담하도록 돼 있다.
숱한 구설에 시달렸고 언론 보도에도 민감한 유 청장이지만, 그는 "나 하나 망가져서 문화재청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대범하게 받아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