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보기, 읽기, 담지 / 전영우 지음 / 현암사 / 8500원
여기가 어딘가요, 남들이 오대산이라고 부르는 그곳, 온종일 숲길을 걸었습니다. '숲―보기, 읽기, 담기'는 이맘때의 숲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쁘고 나뭇잎은 나뭇잎대로 바빠집니다. 숲 바닥에서 뿜어 나오는 풀내가 싱그럽고 흙내는 구수하기까지 합니다."
숲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내 몸은 숲의 기억들을 각인하고 있어 이렇게 금방 사랑에 빠져 신선해지고 충만해집니다. 나는 신을 벗습니다. 한발짝 한발짝 발을 뗄 때마다 간질거리며 발바닥에 전해지는 흙의 감촉은 의외로 부드럽고 시원합니다. 나는 뭘 하는 사람이었을까요? 바쁘고 질긴 세상사가 치매처럼 까마득해지고 나는 충만하게 평화를 누립니다.
'숲―보기, 읽기, 담기'에 따르면, 숲속 공기는 대도시보다 200배나 깨끗하다고 합니다. 당연히 마음이 안정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불안하고 각박하고 정신이 없는 것은 내 사랑 숲과 멀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숲'이 권하는, 온몸으로 숲을 체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장대비 오는 날 흙길을 맨발로 걸어 봅니다. 바람 부는 날에는 숲을 노니는 바람에 온몸을 맡깁니다. 나무줄기에 귀를 대고 나무 몸통 속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봅니다."
온 세상이 다 함께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숲속 세상에서는 나도 숲이 됩니다. 내 속의 조급함도, 도시생활에서 몸에 밴 이기심도, 이기심으로 새촘해지는 편협함도 모두 녹아 내립니다. 나는 봄길을 걸으며 봄이 됩니다. 하늘을 보고 새가 되고 햇살을 느끼며 꽃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행복입니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주향 / 수원대 교수 ja1405@cholli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