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간 양안(兩岸)관계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반국가분열법으로 강경대응했던 중국이 대만의 야당인 국민당과 국공합작을 논의하고, 이를 반란죄로 처벌하겠다던 대만 집권 민진당은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간 국공합작 움직임을 묵인하는 자세로 전환하는 등 빠르게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급기야는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간의 '국공회담'까지 상황이 발전하면서 경제 인적 교류에 머물렀던 양안 사이에 정치 대화가 시작되는 단계로 접어 들고 있다.
◆쑨원 묘소 찾은 롄잔=롄 주석 일행은 27일 오전 난징(南京) 외곽의 중산릉(中山陵)을 찾았다. 현지 주민들의 열렬한 박수 속에 롄 주석은 쑨원 묘소에 참배한 뒤 서명부에 '중산미릉(中山美陵·중산 선생의 아름다운 능)'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 호혜와 평화의 양안 공영관계를 이룩하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롄 주석은 28일 오후 항공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 29일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한다.
◆국공(國共), 정치 협상 시작=그동안 중국·대만관계는 '정치는 차갑지만 경제는 뜨거운' 상태였다. 정치 대화는 90년대 후반 중단됐고, 군비경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분업이 가속화돼 '한 몸'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양안관계의 안정이 경제 발전과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는 "이런 국제환경 속에서 후 주석은 양안간에 평화적 협상을 위한 대화 통로를 마련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대만 내 최대 정치세력인 국민당과 '당대당(黨對黨) 교류' 방식을 택함으로써 대화의 주도권을 쥐게됐다.
천 총통 집권 이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당은 '양안회담'이란 도박에 일단 성공했다. 29일 회담에서 후 주석은 롄 주석에게 적지않은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공산당과 민진당=그동안 공산당과 민진당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였다. 중국이 이번 양안 교류 과정에서 천 총통을 고립시킨 것도 그의 '대만 독립노선'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진당의 천 총통은 일단 정치적 수세에 몰렸다. 대만 국내 여론은 급격한 통일이나 무모한 독립보다 점진적인 통일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천 총통은 국내 여론을 살펴가며 다음 행보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5월 5일 중국을 방문하는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이 천 총통의 메시지를 후 주석에게 전달할지도 관심거리다. 이것이 진전되면 양안 정상회담도 예상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주펑(朱鋒) 교수는 "대만 야당 주석들의 잇단 중국 방문으로 대만해협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잠시나마 쇠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양안간에 갈등이 격화되는 것보다는 국공회담을 통해 평화 공존체제가 굳어져 현상이 유지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