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열린 사회문화정책 관계장관회의의 주제는 ‘연금개혁’이었다. 재원이 고갈돼 머지않아 연금 불입액은 늘고 연금액은 줄어들 것이라는 미묘한 시점에 열린 회의였다.
관찰자들은 회의에서 국민연금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생뚱맞았다.
이날 주제 발표는 노인철 국민연금연구원장이 했다. 발표 요지는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교직원연금 등 소위 '특수직 연금'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쥐꼬리만한 금액을 받는 것과 달리 공무원·군인·교직원들은 비교적 많이 받으니 두 연금 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장·차관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참석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대화록을 재구성해 보면 한 참석자는 "공무원이 산재보험이나 퇴직금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양쪽 받는 돈이 비슷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공무원 연금 등이 많이 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도 "(국민연금과 특수직연금) 통합은 신중해야 한다. 당장 과제는 국민연금 아니냐"는 식이었다고 한다. 본인들은 부인하겠지만 전문관료 출신이 대부분인 회의 참석자들의 목소리에 "공무원연금은 손대지 말자"는 희망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다. 공무원연금은 올해 6000억원에 이어 2010년까지 무려 11조원의 국민 혈세를 지원받아야 지탱할 수 있다. 이런 적자의 수렁에 빠진 공무원·군인연금은 2000년엔 아예 연금 적자분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법에 못박아 놓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40년 뒤 기금고갈을 걱정하며 국민연금은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기몫 지키기에 충실한 공무원들이 내세운 이 말을 진심으로 귀담아들은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