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15~18일 4일간 열린 '유럽미래포럼'과 '유엔미래포럼' 기획위원회의의 화두는 국가의 미래였다.

회의에 참석한 유엔미래포럼 영국대표인 부루스 데이비스 박사는 "런던 사우스뱅크 대학에서 강의를 하지만 프랑스 부근 '건지'라는 영국령 채널반도의 한 섬 출신으로 유럽 시민, 영국 시민, 건지섬 주민이라는 세 줄의 아이덴티티를 가졌다"며 여권표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10~20년 사이에 국가란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며, 대통령이나 총리는 더 이상 통치할 것이 없게 될 것이고, 어느 도시 출신이냐, 어느 회사 혹은 기관, 단체에 근무하느냐가 자신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그가 내민 여권표지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유럽미래회의는, 100여개나 되는 자국적항공사가 10년 안에 모두 다국적항공사로 변해 10개 항공사로 통합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네덜란드의 KLM이 합병한 것이 예다. 소니는 더 이상 일본회사가 아니며, 바하마에 거주하며, 제품은 세계 각국에서 제조·조립된다.

영국 첼시주민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하는 영국축구 첼시 팀의 매니저는 프랑스 출신이고, 선수는 세계 각국에서 들어왔고, 팀의 주인은 러시아인이다. 이는 국가충성도나 애국심도 모호해졌고, 수초 안에 지식산업의 흐름을 전 세계가 공유하는 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각 나라로 여행, 방문, 회의를 하러 갈 수 있고 노동력도 이동하고 기업인 방문과 투자 경제이민, 정치적 망명 등도 가능하다.

현재 아직도 국가란 단위와 대통령 또는 총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세가 걷히지만 국제세금(global taxation)은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유엔미래포럼 등에서는 국제세금에 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인터넷을 통한 교역 등이 활발해지면서 조만간 세금체계에도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 앞으로 지구촌 사회에서의 정체성은 어디서 오는가. 지구촌 사람들은 국가 단위로 애국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축구팀을 응원하는가, 어느 교회에 다니는가, 어느 자선단체·NGO를 후원하는가, 어디서 골프를 치는가 등 자신의 삶의 존재를 알려주는 활동에 연관시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의 의미가 사라질 때, 부존자원은 부족하고 인적자원은 풍부한 우리에겐 좋은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무국경 지구촌 어디에나 우리의 인적자원이 진출해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한 영토확장이 가능한 셈이다. 우리의 오늘은 앞으로의 그날을 위해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박영숙·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주한 호주대사관 공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