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남자친구 있니?"
흔해 빠진 이 질문도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된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한국레즈비언 상담소를 연 김찬영(25) 대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레즈비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레즈비언은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동성애자를 뜻하는 단어다.
"정체성 혼란,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괴로움은 너무나 많습니다. 상당수 레즈비언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어요."
김씨는 냉대가 혹독한 만큼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밝힌다는 것(커밍아웃) 자체에 위험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들이 특히 두려워하는 것은 '아웃팅'. 자신의 성 정체성이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외부에 알려지는 '타인에 의한 폭로'다. 김 대표는 "상담을 하다 보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아웃팅하겠다고 위협, 폭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한 기간제 교사가 프리랜서 기자를 사칭해 10대 레즈비언들을 찾아낸 후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성폭행하려는 일도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정말 동성애자인가 하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녀 역시 혼돈의 세월을 겪었다. 17세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여자친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자괴감으로 2년 동안 괴로워했다"면서 "스스로 체화한 깨달음을 통해 성적 소수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겠다"고 말했다.
한국레즈비언 상담소의 전신은 1994년 발족한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이다. 여성 동성애자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 전문상담소로 전환했다. 여성 동성애자 상담소로는 국내 최초다. 개소한 지 20일이 지난 지금, 1주일에 50여명이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