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하면 무엇을 떠올리시는지? 눈부신 조명 아래 모델들이 선보이는 환상적인 의상과 화려한 차림의 관객들? 그것이 다는 아니다. 무엇보다 패션쇼는 디자이너가 새로운 의상을 처음 선을 보이는 자리다. 쇼를 보면서 각종 매체의 기자단은 다음 계절의 유행을 파악해 기사를 쓰고, 바이어들은 유행과 고객의 욕구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의상을 골라내려 애쓴다. 물론 고객들은 그 의상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쇼를 즐길 것이다. 이렇듯 패션쇼는 패션 산업의 구심점이며 디자이너에게는 1년에 두 번 풀어내야 하는 ‘숙제(?)’와도 같다. ‘숙제’라는 단어가 연상케 하듯, 쇼를 준비하는 과정엔 무수한 시간과 땀방울 그리고 스트레스가 포함돼 있다. 항상 참신한 디자인으로 의상을 만들어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시즌의 새로운 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해 적합한 모델을 섭외하고, 음악을 선정하고, 무대의 공간 연출이며 조명의 사용, 좌석 배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결정이 고스란히 디자이너의 몫이다.
그럼 쇼가 진행되는 순간은 어떤가? 우아하게 무대를 걷던 모델들이 백스테이지에 들어오는 순간 소리 없는 아우성이 시작된다. 재빨리 다음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에 의상을 거의 벗어던지다시피 하면 ‘헬퍼’들이 스타킹이며 신발, 의상을 챙겨 입혀준다. 다시 무대로 나가기 위해 줄을 선 모델들의 머리 모양을 바로잡고 메이크업을 수정하는 전문가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디자이너는 옷매무새를 잡아주며 이리 저리 연출해 달라 당부한다. 올가을·겨울 패션쇼를 지난 19일 끝내고 한숨 돌려보니, 봄은 저만치 가 버렸다. 아이들과의 늦은 봄나들이를 계획하면서 이번에는 2006년 봄·여름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니, 디자이너의 삶이 녹록치는 않다.
(윤원정·패션 디자이너·'앤디 앤 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