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인 1934년 김용관 등 선각자들은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의 사망일인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했다. 우리와 다윈의 인연은 이처럼 오래됐다.

그러나 생명과학의 중요성을 그 어느 나라보다 강조하는 이곳에서 다윈의 진화론은 그저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라는 편협하고 왜곡된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20세기의 다윈'으로 불리는 독일 출신의 미국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er, 1904~2005)는 이 책에서 생물학의 근원은 진화론이며, 이는 구태의연한 얘기가 아니라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의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현재진행형 이론이라고 주창한다.

마이어는 우선 물리학을 분석하는 기계론적이고 논리적인 과학철학으로는 생물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생명의 힘'이나 '우주적인 목적론'처럼 엄밀하지 않은 주장도 단호히 배격한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사실 다윈의 진화론은 수많은 분파를 갖고 있으며 지금도 그들 간에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이어는 진화론이 공동후손이론이나 자연선택론 등 조금씩 다른 5가지 이론의 종합체라고 주장한다.

후대학자들은 이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서로 다른 진화론을 주장하거나 종종 진화론 전체를 부정하는 오해까지 낳게 됐다고 그는 분석한다.

또한 생물학에선 이전과 이후의 과학이 서로 통하지 않는 단절이 없었다는 점에서 쿤이 말한 과학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마이어에겐 생물학의 역사도 진화론이다. 늘 새로운 추측들(변이)이 꾸준히 제안되고 그중 어떤 것은 다른 것들보다 더 성공적(선택)이기 때문이다.

마이어는 반세기 동안 하버드대에서 진화생물학을 연구했다. 다윈이 갈라파고스 군도를 여행하면서 진화론을 집대성했듯이, 그 또한 뉴기니와 솔로몬제도 탐사 여행을 통해 "새로운 종은 격리된 개체군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