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서울 도심에서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성난 코끼리들은 대로를 활보하며 난동을 부리다 5시간 만에 모두 붙잡혔다.
◆어떻게 탈출했나
20일 오후 3시5분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공연장 안에 있는 코끼리 6마리를 조련사들이 공원 산책로로 끌고 나왔다. 16일부터 하루 5차례씩 공연하고 있던 코끼리들이었다. 코끼리들이 200여m를 천천히 걷고 있던 중 바로 앞에서 비둘기떼가 솟아오르자 그 중 한 마리가 놀라 갑자기 껑충껑충 뛰며 탈출을 시도했다. 나머지 다섯 마리도 뒤를 따랐다. 코끼리들은 공원 정문과 연못 사이 2m 높이의 연두색 철책을 부수고 뛰쳐나갔다. 대로변으로 나와서는 뿔뿔이 흩어졌다.
대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모(20)씨는 "평소 공연장에만 머물게 되어 있는 코끼리들을 왜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조련사는 "관람객이 너무 없어 공원을 돌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볼까 싶어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공원 주변 시민들은 큰 소동을 빚었다. 노모(여·53)씨는 오후 4시쯤 구의2동 노상에서 코끼리 코에 가슴과 어깨 부분을 부딪혔다. 노씨는 머리가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코끼리들을 대공원으로 몰아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사고가 났다. 금택훈(45)씨는 "조련사들이 탄 코끼리 세 마리가 거리를 행진하길래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식당(삼겹살집)의 통유리창을 부수고 뛰어들었다"고 했다. 경찰은 기동타격대와 순찰차 12대를 동원했고, 소방차 10여대도 현장에 출동시켜 포획에 나섰다. 경찰은 코끼리가 난폭해질 것을 대비, 한때 M16 총으로 사살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어떻게 잡았나
한 마리는 스스로 동부경찰서로 걸어 들어왔다. 경찰은 즉각 이 코끼리를 '체포'했다. 또 한 마리는 아차산역 4거리 부근 주택의 정원까지 진입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한 마리는 천호대로를 활보하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오후 3시49분쯤 삼겹살집에서 사고를 내고 포위된 세 마리는 경찰·구급대원과 대치했다. 119 구급대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취총은 소형 동물용이어서 사용할 수 없었다. 가장 어린 2살배기 코끼리는 고구마와 당근으로 유혹하기도 했다. 3시간여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코끼리 세 마리는 쇠사슬에 발목이 묶이고 나무로 만든 우리에 실렸다. 코끼리 6마리가 모두 대공원 우리에 돌아온 것은 오후 8시10분쯤이었다.
◆어떤 코끼리인가
코끼리들은 라오스산(産) 2~5년생으로 몸무게는 1t 안팎이다. 이 중 2마리는 2003년 10월 송도유원지에서 탈출, 1시간30여분 동안 시내를 배회하다 붙잡힌 '전과'가 있다. 어린이대공원측은 "인천 송도유원지에서 공연을 하던 코끼리들이 공연 환경이 바뀌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코끼리 관리를 맡고 있는 '코리아월드쇼' 책임자를 형사입건하고, 공원의 관리소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