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나 교과서 파동만큼이나 잊었다 싶으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사건·사고 중 하나가, 아동학대 문제가 아닐는지요. 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주변의 학부형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세상 인심이 점점 아이들을 맘 놓고 키우기엔 너무도 살벌해진다는 인상을 종종 받곤 합니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 ‘아무도 모른다’를 봤을 때 역시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중 하나가 어른들이 짐작할 수 없는 아이들의 고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아이가 없는 저와는 달리, 학부형인 사람들은 이 영화를 끝내 영화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고통 받는 아이의 모습에 자기 아이가 겹쳐 보였나 봅니다.

조성규 대표 예술영화전문배급사 '스폰지'

또다시 어린이집 원장이 아이들을 학대한 사건이 터지고, 아이들의 상처가 거의 선정적으로 연일 보도됩니다. 상처는 비단 아이들의 몸에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겠죠.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흉터가 남아 있을지, 그 아이들은 나중에 어른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답답해지면서, 또 한편으로 이 사건과 ‘아무도 모른다’의 흥행성적은 얼마만큼 비례할까 궁금해지는 건 못 말릴 직업병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영화 같은 사건이 터지면, 영화는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갖게 될까요. 아마 어둡고 진지한 문제가 담긴 영화는 별 영향을 받지 못할 겁니다. 영화에서마저 어두운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면 관객들에겐 가혹한 고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둡고 진지한 문제들도 서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있는 관객들의 모습, 그들의 밝은 현실을 기대하는 것이 영화흥행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성규·예술영화 전문배급사 '스폰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