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학생들의 외국 명문대 입학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 상당수는 적게는 1년, 많게는 4~5년의 외국생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었던 ‘토종’ 학생들이 외국 명문대에 당당히 합격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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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브라운대(Brown University)에 합격한 백승화(19·대원외고 졸업)군은 며칠간의 중국여행과 1주일간의 체코 여행이 외국 경험의 전부다. 그는 "처음엔 영어로 일기 쓰는 것조차 어려웠기에 외국생활 경험이 많은 친구들을 보면서 막막했다"고 말했다. 백군은 3년간 다른 친구보다 2배, 3배 더 열심히 공부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먹은 만큼 점수가 안 나오고, 밤을 새워 공부해도 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보다 시험 점수가 안 나올 때마다 좌절감도 많이 느꼈다. 그는 자신감을 잃지 말자며 자기최면을 걸었다. 그는 "내 처지를 솔직히 선생님에게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조언받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회화 중심의 영어 학원을 조금씩 다녔다. 중학교 때도 귀가 트이게 하기 위해 영어회화와 영어청취 학원만 다녔다. 길에서는 영어 테이프를 듣고, 집에서는 AFN을 보았다.
하지만 외고에 들어오니 독해와 단어가 많이 뒤처졌다. 이때부터 틈날 때마다 영어 공부에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종전의 듣기와 말하기 공부 시간을 독해와 단어 공부 시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번엔 길을 걸으면서 단어장을 보았고, 책을 빠른 속도로 읽는 연습을 반복했다. 책은 처음엔 쉬운 책부터 시작해 점차 난도를 높여갔다. 타임(Time)지도 정기 구독했다. 그는 "영어 공부에 매달리다 지칠 때면 영어 노래를 듣거나 미국 영화를 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학교 내신에 대한 부담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중간고사·기말고사 기간에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을 붙잡고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힘들게 공부했지만 다양한 활동도 잊지 않았다. 교내 힙합동아리 부장으로서 교내외 축제에 참여했고 앨범도 제작했다. 매년 정기공연도 유치했다. 유학반 반장도 지낸 그는 "후배들에게 세계사 강의를 해 SATⅡ 세계사 만점을 두 명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같은 꿈을 갖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친구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힘써주는 교사들과 지낸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Ⅰ에서 1490점(1600점 만점)을 받았고, 과목별 시험(800점 만점)인 SATⅡ에서는 작문 720점, 세계사 750점, 수학 만점을 받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로스쿨에 들어갈 목표를 갖고 있다. 차별받고 있는 소수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것. 그는 자신과 같은 토종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주눅들지 말고 1분, 1초가 아깝다는 생각으로 남보다 더 노력하면 뜻을 이룰 것이다."
유펜 합격한 김혜원양
토종이 영어 못하는 건 당연 무조건 부딪치는 게 중요하죠
미 명문대인 유펜에 합격한 김혜원(19·대원외고 졸업)양은 고1 때의 일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김양이 합격한 ‘Huntsman Program’은 펜 칼리지(Penn College:우리나라의 인문대+자연대)와 와튼 비즈니스 스쿨(Wharton Business School) 과정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는 복수학위 프로그램. 국제적 지도자를 양성하는 게 목표로, 세계에서 40명만 뽑아 국제관계·경영학·외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김양은 2학년 초까지 민족사관학교를 다니다, 대원외고로 전학했다. 해외경험은 초등학교 때 미국 관광여행 한 번, 고1 때 ‘아이비리그 수학여행’ 간 게 전부다. 그는 “한국식 표현 때문에 내 리포트 내용을 선생님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어가 틀릴까봐 발표도 못한 채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어요. 토종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무조건 부딪치는 게 중요해요.”
영어책을 읽을 때 모르는 구절이나 단어는 다 찾아 보면서 읽었다. 그는 “이런 방법이 지나치면 영어책 읽는 것이 부담되기 때문에 3학년 때는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대충 추측해 가며 빨리 읽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수학능력 시험인 SAT를 위해 word smart, barrons 3500 등의 단어집을 외웠고, 타임(time)지 같은 시사지를 읽었다. 교재가 영어 원서이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데다, 리포트도 영어로 써야 하니 학교생활만으로도 영어에 익숙해진 측면도 크다.
초등학교 때는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기초적인 공부를 했다. 중학교 때는 잠시 조기유학을 생각해 유학을 준비할 겸 영어공부를 했다. 하지만 초·중학교 때 영어를 제외한 국어·수학·과학 등은 학원에 안 가고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김양은 SATⅠ에서 1510점(1600점 만점), SATⅡ(과목별 800점 만점)에서는 수학 800점, 화학 800점, 작문 700점을 받았다.
“유학 준비와 국내 내신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3학년 2학기 때는 시험범위가 모두 전 과목, 전 범위에서 수능 위주로 출제돼 정말 힘들었어요.”
그는 휴렛팩커드 주최의 글로벌 비즈니스 챌린지(Global Business Challenge)에 참여했다. 세계 60개국에서 1000개 이상의 팀이 참가했다. 4명 정도가 팀을 만들어 주어진 경제상황에 맞게 가상의 회사를 경영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팀이 우승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대회다. 그는 “친구들과 준결승까지 진출했으나 아깝게 탈락했다”고 아쉬워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청소년 참여분과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장차 글로벌 경영인이 되고 싶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유학반에 처음 들어와 제일 많이 고민한 문제가 토종도 글로벌해질 수 있을까였는데, 지금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누군가가 글로벌하다는 것은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서 생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를 향하고 어떤 꿈을 꾸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꿈과 자신감을 가지면 세계를 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