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대표적 '보수 국가'인 싱가포르가 카지노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카지노 싱카포르에 앞장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범죄와 도박 중독자 양산 등을 이유로 수십년 동안 도박산업을 불법화했으나 이제 '1호 카지노'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언론들은 오는 18일 싱가포르 정부가 카지노 개설 허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총 20억달러를 들여 오는 2009년까지 휴양지인 센토사 등에 1500실 규모의 대형 호텔, 박물관 쇼핑센터, 컨벤션 홀 등을 갖춘 대형 테마파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리 총리의 접근은 실사구시적이다. 먼저 싱가포르 국민들이 매년 해외 원정 도박으로 낭비하는 돈(7억2000만달러)을 절약하자는 것이다. 또 카지노 개설로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이 1900만명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 증가하고, 10만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효과가 생기는 등 경제 부흥과 관광산업 진흥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대차대조표를 내놓고 있다.
실제 아시아 각국은 카지노가 외화 획득을 통한 국부(國富) 증진의 지름길이라고 보고 최근 앞다퉈 카지노 개·증설에 나서고 있다. 마카오는 2년 전 카지노를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바꾸면서 지난해만 30%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이뤘고, 호주는 카지노산업으로 2003년에 2만명의 신규 고용 창출과 4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베트남·필리핀 등도 카지노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 강화를 추진 중이다. 토니 라자 메릴린치증권 싱가포르 지사장은 이와 관련, "향후 5년 안에 인도·일본·태국·대만 등도 카지노 설립을 합법화할 것"이라며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카지노 투자지역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MGM미라지, 시저스, 해라스 등 20여개의 대형 카지노 업체들이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영업 허가를 받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리셴룽 총리의 아버지인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조차 반대할 정도로 싱가포르 내 국민 여론이 찬반 양론으로 분열돼 있다는 점. 집권당인 인민행동당(PAP) 일부와 종교단체 등이 사회 기강 해이와 가계 경제 파탄 등을 우려해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카지노 반대 가족'이라는 시민단체는 카지노 합법화 반대 인터넷 서명운동을 벌여 3만여명의 지지를 받아냈다.
유흥 향락문화의 토양이 빈약한 싱가포르에 카지노가 개설되더라도 기대했던 수익을 올릴지도 의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저소득층의 카지노 출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카지노 회원제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홍콩=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