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마술 쇼'였다. 유리알 그린의 심술도, 크리스 디마르코의 정교한 샷도, 타이거 우즈(30)의 마술에 걸려 끝내 무릎을 꿇었다. '붉은 옷의 마술사'는 그렇게 통산 4번째 그린재킷을 입으며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11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290야드)에서 열린 제69회 마스터스골프대회(총상금 700만달러). 4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친 타이거 우즈와 4언더파를 기록한 크리스 디마르코(미국)가 12언더파 276타로 동타를 이루며 18번홀(파4·465야드)에서 연장 승부를 펼쳤다.
디마르코가 세 번째 칩샷을 컵에 바짝붙이며 먼저 홀아웃했다. 이어 두 번째 샷을 컵 4.5m에 붙인 우즈 차례. 정규 4라운드에서 파퍼트를 놓쳤던 우즈는 신중히 라이를 살폈다. 우즈의 과감한 내리막 퍼트는 컵 가운데로 떨어졌다. 성공을 직감한 우즈는 '땡그랑' 소리가 나기 전에 특유의 '어퍼컷' 세러모니를 펼치며 2002년 이후 3년 만의 마스터스 정상 복귀를 자축했다.
갤러리 틈에서 '승리의 상징'인 붉은색 옷을 입고 기다리던 어머니 쿨티다와 부인 엘린은 따뜻한 포옹과 키스로 우즈를 축하했다. 우즈는 시상식에서 "우승의 영광을 아버지께 바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즈의 아버지 얼은 몸이 아파 호텔방에 남아 있었다.
우즈의 우승은 잘 짜인 시나리오로 만든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디마르코에 4타차로 뒤져 있던 우즈가 3라운드에서 3타차로 앞서 역전을 시키며 승부는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집게 퍼팅그립'의 디마르코가 버디행진을 벌이며 재추격에 나섰다.
우즈는 16번홀(파3)에서 그림 같은 칩샷으로 버디를 잡아 2타차로 앞섰지만, 마지막 2개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연장 승부를 허용했다. 디마르코로선 18번홀 세 번째 칩샷이 컵을 타고 돌아 나온 것이 아쉬웠다.
우승상금 126만달러를 받은 우즈는 시즌 상금을 368만7090달러로 늘리며 1위 미켈슨(384만2456달러)을 바짝 추격했다. 시즌 3승째이자 통산 43승(메이저 9승). 2002년 US오픈 이후 3년 동안 10개 메이저 대회 무관(無冠)의 부진을 씻고 따낸 우승이었다.
비제이 싱(피지)은 공동 5위(4언더파)에 그치며 우즈에게 세계 1위 자리를 21일 만에 다시 내줬고, 작년 챔프 미켈슨은 10위(3언더파)를 차지했다.
지난해 3위에 올랐던 최경주(나이키골프)는 공동33위(6오버파)를 기록했고, 어니 엘스(남아공)는 47위(10오버파)로 대회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