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가 뛰어나면 여행은 더 즐겁다.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들에게는 물론, 웬만큼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에게 더 인기인 '클래식 가이드'들이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장일범(36)씨. 1999년 11월부터 서울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격주로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미술관 콘서트'는 이달로 100회째를 맞는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했던 '장일범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는 24회가 줄곧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러시아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는 유려한 목소리와 즉석에서 재치있는 유머로 분위기를 돋운다.
장씨가 신선하고 젊은 감각을 앞세운다면, 만화가 신동헌(78) 화백은 수십년 국내외 음악회 현장에서 얻은 체험과 오랜 경력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매력을 내세운다. 매주 토요일 음악회를 여는 경기도 일산의 고전음악 감상실 '돌체'가 주 무대. 한국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으로 대종상(1967년)을 받았던 신 화백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곳에 연주자들을 초대해 만 6년째 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첼리스트 홍성은의 연주회 개막을 앞두고 백발이 성성한 노화백은 청중 150여명 앞에 섰다. 이날 연주 곡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 "엘가는 8년 연상의 부인과 결혼해 '잉꼬 부부'로 불릴 만큼 구슬이 좋았어요.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10여년간 작곡에 손도 못 댈 정도였죠. 그런 엘가에게 사랑은 인사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서울시향도 안내자를 두고 있다. 이 교향악단의 공연 기획을 책임지는 오병권(49) 기획실장은 '서울시향의 전문 해설자'란 또 다른 역할도 맡고 있다. 11일 개막하는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뜨락 축제'는 그의 구수한 해설로 진행된다. 시향이 구청 문예회관을 찾아가는 순회 공연 때는 그의 존재감이 더 뚜렷해진다. 오케스트라라고는 구경도 처음인 완전 생짜 관객들로부터, 클래식 음악은 무조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10대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보이는 중요한 몫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대학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KBS 1FM의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에 7년간 고정 패널로 출연했을 정도로 입담(!)이 뛰어나다.
6월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청소년 음악회 '향기 나는 클래식'의 공동 해설을 맡은 이들은 "어려운 곡을 쉽게, 쉬운 곡을 재미있게 전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