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불가능한 뇌사상태 환자는 심장만 살아 있을 뿐이다. 의학적 조치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와 자유마저 빼앗는 잔인한 행위이다. 혼수상태의 무의미한 삶은 아무 가치가 없다. 안락사는 오히려 생명을 존엄하게 한다.
현행 실정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고통 받는 가족들을 이해해야 한다. 환자를 보내고 싶어하는 가족은 환자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간병하는 가족들 마음에 슬픔과 사랑이 남아 있을 때 환자가 명예롭게 이별을 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어할 뿐이다. 더구나 무의미한 천문학적 의료비 지출은 부자가 아닌 평범한 가정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이다. 한 가정을 경제적 파탄으로 몰아넣고, 환자와 그를 돌보는 온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뒤, 끝내 숨을 거두는 불행한 일은 막아야 한다. 가족 모두가 동반 침몰하는 불상사가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
'생명존중'이라는 말로 온 가족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가족을 파멸시킬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있지 않은가.
생명경시 경향을 막으면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의료진과 가족이 합의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안락사를 할 수 있게하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박기주·전 교사·경기 의정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