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오페라 가수들의 수명이 대중가수에 못지 않을 정도로 매우 짧아지고 있다. 5월로 80세가 되는 독일 바리톤 피셔-디스카우는 1947년 데뷔하여 지난 92년 공식 은퇴하기까지 45년 간 활동하는 중 오페라 가수로도 30년을 넘게 활약했지만, 요즘은 그런 가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가수들의 함량미달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변화야말로 더욱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1970년대부터 오페라계에도 본격적으로 대형 에이전시들이 등장하면서 혜성같이 스타를 등장시키고 그 스타성의 시효가 만료될 때쯤 또 다른 스타를 띄우는 대중연예 스타일의 매니지먼트가 자리잡았다. 작은 역을 맡아 실력을 닦다가 차츰 더 큰 무대으로 옮겨갔던 기존 시스템은 이제 켸켸 묵은 과거가 되었다.
독일 최대의 에이전시인 힐베르트는 모체인 프랑스의 오페라 에 콩세르와 더불어 300여명의 오페라 아티스트들을 관리하고 있으니 여느 연예 매니지먼트사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소규모 에이전시들이 많았던 이탈리아도 예외없이 변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의 에이전시인 아틀리에 무지칼레와 스테이지 도어가 관리하는 성악가는 400여명을 헤아린다.
단시간에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해 가는 것은 정한 이치이고 반드시 나쁘게 볼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절이 그럴수록 피셔-디스카우와 같이 시대를 초월한 거장들에 대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유정우·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