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에서 전무후무한 47연승의 주인공이자 아테네올림픽 유도 73㎏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세계 최고수. ‘한판승의 사나이’로 이름난 유도의 절대 강자 이원희(23·KRA)의 경지는 어떤 것일까. 아마추어 유단자와 붙으면 어떻게 되나. 아무리 이원희라 하더라도 체급이 차이나면 어렵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마추어 유도선수 3명이 이원희를 매트로 불러냈다. 그중에는 몸무게 120㎏의 유도 3단도 있었다.
"어휴, 아마추어가 더 무서워요. 아마추어는 말이죠, 모션을 써도 반응이 없어요."이원희는 아마추어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난색을 표했다. "분당의 한 체육관에 가서 사진 한 번 찍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속 팀에 취재를 요청하면서 본인에게 미리 확인하지 못했던 기자는 당황하며 설명했다.
"원래 120㎏에 3단인 선수 한 명과 이원희 선수와 비슷한 체급의 초단 선수를 섭외했어요. 그런데, 좀더 강자가 필요할 것 같아 81㎏급의 실력자를 한 명 더 불렀어요. 3명을 다 상대하기 힘들면 선수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자 이원희는 손사래를 쳤다. “아유, 다 붙어도 힘들지 않아요. 제가 다칠까 봐 그러는거죠.”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아마추어는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부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최근 세계대회와 국내대표 선발전에서 다친 목 때문에 이원희는 20일 가까이 쉬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이원희는 “그래도 유도를 전파하기 위한 일인데…”라며 대결장으로 갔다.
이원희에게 도전장을 던진 아마추어는 초단 이종우(24·1m81·90㎏·초단)씨와 김석원(23·1m78·88㎏)씨 등 대학생 2명과 6년 경력으로 경기도 사설 체육관 유도대회에서 3위에 올랐던 공익근무요원 추대엽(25·1m78·120㎏)씨 등 3명. 유도 수련생과 관원 등 50여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던 분당의 화랑체육관은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가 등장하자 사진을 찍느라고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곧이어 양진호(33) 화랑체육관장의 심판으로 대결이 시작됐다. 이원희의 첫 번째 상대는 이종우씨. 이씨는 초반부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이원희는 사자가 '먹잇감'을 몰아가듯이 상대에게 다가섰고 갑자기 이씨의 하체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어깨가 먼저 떨어지며 이씨는 매트에 나뒹굴었다. 30초 만에 벌어진 업어치기 한판이었다.
곧바로 다음 상대인 김석원씨가 올라섰다. 김씨는 경기도 사설 체육관 유도대회에서 금메달을 두 번이나 거머쥔 실력파. 이원희는 경기 전 김씨가 유도 명문 경남체고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 “그렇다면 아마추어가 아닌데”라며 긴장했다. 김씨는 이원희 선수와 한동안 잡기 싸움을 벌였고 안뒤축걸기를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이원희가 배대뒤치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팽팽한 기 싸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원희의 번개 같은 업어치기가 들어가자 김씨의 몸이 공중에서 풍차처럼 돌며 매트에 곤두박질쳤다. 등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절반’이 선언됐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김씨가 안간힘을 다해 버텼지만 이원희는 이번엔 허벅다리후리기로 김씨를 또다시 허공에서 돌려 내팽겨쳤다. 김씨는 마치 딴 세상에라도 갔다 온 듯 황당한 표정으로 “와!”하는 감탄사를 흘렸다.
“대엽이 형 장사다! 파이팅!” 이원희에게 잠깐 숨고를 시간을 준 후 마지막으로 추대엽씨가 주위의 응원을 업고 등장했다. ‘시작’ 소리와 함께 이원희가 공격을 시도했지만 120㎏의 추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체육관을 대표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표정이었다. 깃을 거칠게 잡아끌던 추씨가 이원희의 목 뒤를 잡으려는 순간 이원희가 몸을 낮추었다. 언뜻 추씨가 이원희를 위에서 짓누른 것처럼 보였지만 추씨는 원통에 말리듯 이원희의 어깨 위에서 한 바퀴 돌더니 매트에 나가떨어졌다. 1분 만의 업어치기 한판승이었다. 추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