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 등 새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청와대 출신인 문 의장, 여당에서 자리를 옮긴 이해찬 총리까지 참석한 이날 만찬은 다른 당·정·청(黨政靑) 모임보다 한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노 대통령은 문 의장에게 "'해장국 정치'라는 말이 듣기 좋았다"고 했고, 문 의장은 "모진 시집살이를 하다가 따뜻한 친정집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답했다.
격의 없는 대화도 오갔다. 노 대통령 측근인 염동연 의원이 "저는 대통령을 보면 눈만 보인다"며 눈꺼풀 수술을 거론하자, 노 대통령은 "아직도 거북하지요?"라고 했다. 정세균 원내대표가 "미용으로 하신 게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자, 노 대통령은 "두 가지 다지요. 인상이 부드러워졌다는데…"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2003년 청와대 들어올 때 포위된 분위기로 들어왔는데 2004년, 2005년 지금 상황은 부드러워야죠. 적어도 몰리지는 않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가 "2003년에는 당이 작았지만 지금은 튼튼한 당이 있다"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그때는 당이 도움이 안 되더라. 나는 우리당이 창당하면서 개헌선과 탄핵선을 넘겨주리라고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면서 "탄핵이 나오길래 '내가 상상력이 부족하구나'라고 느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이 여당에 주문한 것은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全)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였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포기하지 말고 연구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 선거구제가 아니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달라는 뜻이라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만한 공론의 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인사청문회를 놓고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문제를 고민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국회 청문회 정도를 견디지 못하면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것도 곤란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병헌 여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만찬을 통해 이번 여당 지도부에 대한 청와대측의 기대가 남다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당의장이 첫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의원이라는 점이다. 문 의장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의 의중을 굳이 말하지 않고서도 국회와 당에 뜻을 관철해 나갈 수 있는 '창구'가 문 의장이다. 문 의장은 이날 만찬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참여정부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또 '문희상 지도부'의 임기가 2년이라는 점도 청와대측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큰 사고만 없으면 2007년 대선후보 경선까지 관리하는 지도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