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러시아의 사할린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들었던 지난해 9월. 유전사업자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의 허문석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9월20~23일)에 맞춰 성과를 내야 한다”며 전대월 대표 등에게 사업추진을 재촉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유전사업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허씨가 사업을 서두른 것일까.
◆허씨, 친노의원모임 참석
허씨는 작년 7~9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주도하는 여당 ‘신의정연구센터(의정연)’의 에너지정책 간담회에 세 차례 자문역으로 참석했다. 의정연 관계자는 “이 의원이 노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의 소개를 받아 허씨를 데려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의원, 유전사업에 큰 관심
이 의원이 주축이 된 의정연은 지난해 6월부터 러시아 유전사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의원과 서갑원 김태년 한병도 의원 등 의정연 멤버들은 국정원과 관련 부처에서 자료를 받는 등 정부의 유전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3월에도 러시아 하원 자원위원장과 로스네프티사 간부 등과 만나 작년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에너지·자원 협력 후속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네프티사는 KCO가 투자키로 한 사할린 6광구 유전에 대한 지분 50%를 갖고 있다. 러시아 방문에는 이화영·윤호중 의원 등과 서문규 석유공사 부사장, 김광진 가스공사 해외사업본부장 등이 동행했다. 이 의원측은 “한·러 간 교류협력에 대한 세미나 자리였다”고 했다.
◆대통령 방러직전 계약체결
허씨 등이 철도공사와 함께 KCO를 설립, 사할린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작년 9월이었다. 공교롭게도 계약 보름 뒤쯤 러시아를 방문한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유전개발 등 에너지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석유공사는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티와, 사할린과 캄차카 지역에서 유전을 공동개발키로 했다.
◆철도공사는 왜 이광재의원 찾았나
작년 10월 말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이 이 의원을 찾아와 유전사업 얘기를 꺼내며 석유공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의정연 소속 의원은 “철도공사는 이 의원이 허씨를 소개했는지, 사업을 추진해도 될지 확인하려한 것 같다”고 했다. 의정연 관계자는 “허씨는 9월 이후 의원들의 신뢰를 잃어 정책모임서 배제됐다”며 “이 의원은 ‘허씨 등이 나를 팔아 (철도공사를) 펌프질 한 것 같다’며 억울해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