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강진(强震)에 휩쓸린 인도네시아 니아스섬. 여행 가이드를 하는 앤루하(49)씨가 왼쪽 다리를 절며 진료소로 들어섰다. 검게 멍든 정강이는 퉁퉁 부어 그의 가느다란 허벅지보다 오히려 굵어 보였다. 지진 때 떨어진 벽돌에 다친 상처가 더러운 물에 감염돼 심하게 곪은 것이다. 긴급 구호를 위해 서울에서 온 심호식(62·연세의료원) 교수가 그의 상처에 메스를 대자 콧물 같은 고름이 흘러내렸다. 치료를 끝낸 환자는 목발도 없이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의료진 4명을 포함, 10명으로 구성된 기아대책·연세의료원·조선일보 1차 긴급 구호팀이 지난 4일 니아스섬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구눙시톨리 법원 건물에 진료소를 차리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하루 진료소를 찾은 사람들은 모두 300여명.

한국의 민간단체인 기아대책과 세브란스병원·조선일보로 이뤄진 긴급구호팀이 지난 3일 강진(强震)이 발생한 인도네시아 니아스섬 주민들에게 응급 진료를 하고 있다.

한국의 구호팀원들은 그야말로 악전고투 중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 시간조차 줄여가며 강행군을 하고 있다. 약품이 모자라 애를 먹기도 한다. 심한 장염으로 체온이 39도를 오르내리는 두 살배기 여아가 진료소에 오자 문홍경(37·연세의료원)씨는 시럽이 없어 생수에 해열제를 타 즉석에서 물약을 만들었다. 문씨는 "더러운 생활 환경이 원인"이라며 "환자의 70%가 13살이 안 된 어린 아이"라고 말했다.

지진 이후 어지럽고 숨이 차다는 아눙(9)에게 김창오(34·연세의료원)씨는 진통제와 비타민제를 처방했다. 그리고 사탕 한 알을 손에 쥐여 줬다. 김씨는 "아이들 마음에 지진의 충격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일 낮 12시쯤에도 지진이 발생해 진료소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위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대부분 자카르타나 메단 같은 도시로 이송된다. 하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사람들이 니아스섬에는 여전히 많다. 김창오씨는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뼈를 다쳤을 경우 불구가 될 수 있다"며 "정밀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연세의료원·조선일보의 2차 긴급 구호팀은 7일 니아스섬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박재범(36) 기아대책 간사는 "지난해 지진해일 때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며 "지진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