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철도공사를 끌어들인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대표 허문석(71)씨가 현 여권 실세들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 추진과정에 의문이 일고 있다. 허씨가 여권 실세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사업추진에 활용했거나 혹은 실제로 실세들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허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허씨는 1956년 서울 H고를 함께 졸업했다. 이씨는 4일 "5~6년 전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할 때 허 박사가 내 사무실에 놀러왔고, 당시 사무실에 있던 이 의원에게 같은 대학(Y대) 출신이어서 인사를 시켜줬다"며 "그러나 나와는 연락이 안 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번 유전개발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허씨는 2002년 대통령선거 때는 노 대통령을 지원하는 외곽단체 '자치경영연구원'의 정책자문위원단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자치경영연구원이 내놓은 명단에는 허씨가 인도네시아 대통령 경제고문이며, 노 대통령의 '학계 인맥'으로 소개돼 있다.

허씨는 지난해 8월 17일 철도공사가 러시아 유전개발 회사를 위해 설립한 KCO사의 지분 5%를 갖고 있으며, 한 달 뒤인 9월 16일부터 이 회사 대표를 맡아오고 있다. 이 때문에 허씨는 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더욱이 KCO에 참여한 부동산개발회사 대표인 전대월씨 등이 철도공사를 이 사업에 끌어들인 인물로 허씨를 지목하고 있어 감사원의 향후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감사원의 조사가 예상되고 있는 허씨가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허씨가 귀국하지 않을 경우 진상 규명 작업은 자칫 답보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감사원의 책임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국적자인 허씨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열흘 가량의 '출국정지' 처분과 함께 한 차례의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또 최근 허씨 소재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가 출국했다는 시점 또한 자신에 대한 의혹이 막 제기되는 시점이어서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허씨는 이날 기자와의 국제통화에서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었으며, 조국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철도공사에 사업을 소개한 것은 맞지만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철도공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5, 6일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