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21)를 처음 만났던 지난 2001년 이맘 때가 떠오른다.

당시 SBS TV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로 드라마에 데뷔하는 그녀는 질문 마다 "예" 또는 "아니오"의 대답으로 일관해 기자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다른 여고생 탤런트 같았으면 여동생 대하듯이 짓궂게 굴 수도 있었지만, 잔뜩 경계하는 눈빛에서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끼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기억 때문에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사실이 솔직히 마음 편하지 않았으나, 그녀도 세월의 변화를 막을 순 없었다.

일단 외모부터 볼 살이 쏙 빠져 예전의 풋풋한 여고생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환한 웃음을 띈 채 이런 저런 얘기하는 모습을 보는데, 감회가 새로워 인터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녀는 달변가 수준이 아니다. 질문을 받고 한참동안 고민을 하거나, 자신이 꺼낸 말을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기한 점은, 화면에서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아름다운 날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이번 '달콤한 인생' 때도 그렇지만, 뭔가 닫혀있는 듯했던 그녀가 자연스럽게 맡은 역할로 '환생'하는 것을 보며 늘 한 가지 명제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연기자가 맞긴 맞네"라고 말이다.

신민아는 그녀 만의 묘한 매력으로 '달콤한 인생'에 인상 깊은 악센트를 찍고 있다.

그녀가 맡은 희수는 조직 보스의 숨겨둔 음대생 애인. 극중 보스가 내뱉는 "너는 어떻게 하라고 해서 되는 애가 아니야. 하지만 그게 바로 네 매력이지"라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별로 꾸미지도 않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투명함과 수수함이 서서히 마음을 적시면서 울림이 오랫동안 지속되게 만드는, 은은한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굳이 꾸며서 그렇게 '연기'한다기 보다는 신민아의 원래 모습 그대로, 생 머리 곱게 빗어 내리고 무표정하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서 야릇함을 풀풀 풍기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선우(이병헌)의 마음을 휘감아 나락에 떨어뜨린다.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색깔을 잡아내기가 참 힘들었어요. 감독님, 동료 선배님들과 많이 상의하면서 촬영했는데, 영화 나온 거 보니까 외국 영화처럼 색다른 화면이 나와 기대가 크다."

그녀에게 '촬영하면서 재미있었던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도 촬영을 통해 첼로를 배웠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전혀 다른 인물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게 배우하는 보람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다가도, 꽂힌 단어 하나를 설명하느라 한참동안 고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 지금까지 온 것 보다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무궁무진해 보이기에, 그녀의 차기작이 자못 궁금해진다. 물론 그녀 성격이 어떻게 변할 지도 개인적인 관심사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 사진=송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