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요란한 정당이다. 뭐 하나 쉽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 오늘 열리는 전당대회만 해도 그렇다.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2년간 집권 여당을 이끌 당 의장과 지도부를 뽑는다. 이 하루의 선거를 위해 열린우리당은 작년 11월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 곳곳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년 11월 말부터 무려 11번이나 투표에 참여하게 된 당원도 있다고 한다. 11번 중 6번은 누가 전당대회에 나가서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맨 먼저 지역별 당원 모임인 '당원협의회'를 구성키 위한 준비위원회 선거를 하고, 그 다음 당원협의회를 구성한 뒤, 협의회장을 뽑고, 또 상무위원, 대의원을 뽑고…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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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 정당도 이처럼 요란하게 전당대회를 치르진 않았다. 각 지구당별로 '알아서' 뽑아 올린 대의원과, 중앙당에서 지명하는 당연직 대의원들이 모여 전당대회를 하면 됐다.
여당 내에서조차 이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정당이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지만, 이러다 '선거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나오게 생겼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신경써야 할 선거가 워낙 많아서 의정(議政) 활동에 신경 쓸 틈이 없다고도 했다. 또 몇몇 의원들은 당내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지난 넉 달의 선거가 열린우리당을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한다.
열린우리당은 태어난 지 1년 반쯤 된 신생 정당이다. 그리고 여당이 자랑하는 기간당원 25만여명 중 90% 이상이 입당 6개월이 채 안 된 사람들이다. 매달 2000원씩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이 본격 입당하기 시작한 게 불과 작년 10월부터다. 이런 신생 정당이, 신입 당원들을 교육시키는 데 선거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열린우리당은 전당대회 선거를 계기로 그 작업을 해 온 것이다.
여당의 내부 선거 현장은 긴박감과 활기로 가득하다. 이변(異變)도 많다. 현역 의원들이 무명의 신인에게 무릎을 꿇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당내 경선주자 간에 죽기 살기 식 경쟁도 펼쳐진다. 또 여당이 국정(國政)은 신경쓰지 않고, 당내 경선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바깥의 시선이 곱든 말든 여당은 지금 이 순간 '그들만의 선거'를 만끽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의 경선 참관기에 따르면 한 평당원은 "매일 선거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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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선거만 요란한 게 아니다. 과거 같으면 결론이 뻔해 보이는 정부와의 당정(黨政)회의 결과도 뒤집히기 일쑤다. 독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와 여당 지도부는 이 문제를 '한일(韓日) 어업협정'에 결부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국회 독도특위의 여당 의원들은 연일 딴소리를 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이나 국가보안법, 다른 쟁점 법안을 다룰 때도 늘 그랬다. 이런 요란한 의사 결정 과정이 지금 여당에선 통과의례로 굳어져 가고 있다. 한편에선 지지층만을 겨냥한 듯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국민 여론을 아우르는 쪽으로 움직이곤 한다. 여당 내부적으로 역할 분담이라도 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요란하기 짝이 없는 열린우리당식 정치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나라 전체가 바람 잘 날 없었다는 것 또한 맞는 지적이다.
(박두식 ·정치부 차장대우 ds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