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여고가 코오롱고교구간마라톤 대회에서 8년만에 신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했다.
26일 경주시내 42.195㎞ 코스에서 열린 제21회 코오롱 고교구간마라톤대회(조선일보-코오롱-KBS-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주최) 여고부에서 강원도 원주의 상지여고는 2시간30분49초를 기록, 지난 1997년 13회 대회 때 충북체고가 세운 2시간31분32초를 43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15회 때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한 상지여고는 17회 대회때 2위에 올랐으나 우승은 처음이다. 상지여고는 이미옥이 1구간에서 28분10초를 기록하며 충북체고 김성은에게 45초 뒤졌을 뿐, 2구간에서 김이슬희가 선두로 나선 이후 양수현 윤희라 최한아 진나리 등 5명이 모두 구간별 1위를 기록하며 독주했다.
지난 1996년 팀을 창단한 정만화감독은 "학교의 전체 교사 70명이 매월 5000원씩 후원해주었고 '원주 마라톤 클럽' 소속의 박용수 황경상(이상 재활치료) 이두희(외과) 등 의사들이 선수들을 돌보아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상지여고는 우승상금 1000만원에 기록상금 500만원, 지도자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서문여고(2시간36분42초)가 2위를, 전남체고(2시간37분13초)는 3위를 차지했다.
남자부에서는 배문고등학교가 대회를 2연패했다.
배문고는 1번 주자 서행준이 22분56초로 구간신기록(종전 23분22초·충북체고 정지수·2004년)을 작성하는 등 전은회 정권섭 나영산 송석민 등 5명이 구간1위를 기록하는 독주 끝에 코스신기록(종전 2시간09분47초·경기체고·2003년)을 세우며 우승했다. 2위는 충북체고(2시간13분23초)가, 3위는 경북체고(2시간15분33초)가 차지했다.
'육상 오뚝이' 노유연 '쓰러져도 또 일어나…'
2구간 피니시라인을 100m 앞두고 서울체고의 노유연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다리가 꼬이고 균형을 잡지 못하면서 위태위태하게 레이스를 계속하던 노유연은 결국 2구간을 10m 남겨두고 쓰러졌다.
"무리한 출전이었어. 저 불어난 몸을 봐." "최근 4개월 동안 연습도 못했대." 사람들은 안타까운 탄식을 했다. TV에서는 "저런 식으로 하다가는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라는 해설이 흘러나왔다. 노유연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다시피 해서 3구간 주자 주혜숙에게 어깨띠를 건넸고, 바로 정신을 잃었다.
노유연은 지난 2002년 아시안게임 1500m에서 중학교 3학년 신분으로 4위에 오른 육상 꿈나무였다. 2003년에는 코오롱고교구간마라톤대회 2구간에 출전, 구간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했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호크랜디스턴스챌린지대회 5000m에서 대회신기록을 내면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2003년 인천 간석중학교에서 서울체고로 진학한 노유연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 나가려 했으나 "소속 시-도를 옮긴 선수는 2년간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에 출전을 못한 후 상심해 훈련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육상을 그만두겠다." 선수를 뺏긴 인천시체육회의 문제제기로 전국체전 출전이 좌절되자 노유연은 "어른들의 욕심이 너무 심하다"며 방황했고 신경질적이 됐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지난 1월, 남해로 전지훈련을 갔지만 나흘만에 발목에 피로골절이 왔다. 평소 1m67의 키에 52㎏이던 몸은 운동을 못하자 58㎏까지 불어났다. 노유연은 재활훈련을 하다가 대회 3주 전에야 겨우 조깅을 시작했다.
'몸만들기'가 덜된 상태라 정호진 감독과 이광기 코치는 레이스 포기를 권했지만 노유연은 출전을 고집했다. 경기 전날 다시 물었다. "몸 상태는 어떤가." "80% 이상은 됩니다." "뛸 수 있겠나." "뛰겠습니다."
서울체고는 1구간에 출전한 2년생 김미영이 3위에 그쳤으나 2구간 주자 노유연은 다리를 죽죽 뻗었고 3㎞ 지점에서 김여진(충북체고)과 김이슬희(상지여고)를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5㎞ 지점에서 김이슬희에게 다시 선두를 빼앗겼고 이후 몸의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2구간 종료 지점 300m 앞에서는 두번이나 넘어졌다. 무릎을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피를 흘리는 딸을 보고 어머니 안임순씨는 순간적으로 팔을 부축했다. 노유연은 26분37초로 구간 5위로 들어왔고 팀 역시 2시간38분58초로 5위 기록을 냈으나 부축을 받았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5㎞까지 잘 달렸기 때문에 자신감을 회복했어요. 내게는 의미있는 레이스였죠. 다만 동료·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경주 동국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체온이 상승하면서 '열에 의한 탈진'이 왔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다행히 바로 회복돼 퇴원한 노유연은 시상식에 참석해 입상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었다. 팀내 후배들이나 다른 학교 선수들은 노유연에게 "몸이 괜찮으냐"며 "오늘 언니가 가장 멋졌다"는 찬사를 보냈다.
(경주=김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