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바다 속에서 '당신'에게 닿으려면…
지금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당신의 집이 송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집에 송정이 있다". 왜 일까? '당신의 집'은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 속의 '당신의 집'에는 송정 바다의 이미지가 넘실댄다. '당신의 집'은 대지 위에 존재하지 않는 허공 속의 주소이며, '당신'이 선택한 이미지들이 들어차 있지만, '나'는 그저 '그 집 앞'에서 서성거릴 뿐이다.
젊은 시인 박진성의 첫 시집에서 '당신의 집'은 지상에 실재하는 거처가 아니라, 인터넷의 개인 홈페이지 같은 것이다. '당신'은 그곳에 송정 바닷가의 이미지를 가져다 놓았고 태양과 트왈라잇 블루 빛깔의 하늘을 깔아 놓았다. 그곳은 '당신'이 만든 집, 그러나 그 집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집', '당신'이 부재하는 집이다. '나'는 그 집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당신의 집, 그 표면 위의 이미지들을 클릭 한다. "다른 生의 집을 지으며", 당신의 이미지들을 '퍼간다'. '당신'의 이미지들 사이를 떠돌면서, 다만 '다른 이름으로' '당신'을 저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이버 바다 속에서 '내'가 '당신'에게 닿는 방식이다.
(이광호·서울예대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