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일본 후소사 역사 교과서 개정판의 역사 왜곡이 전해진 후 시민다체 회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있다.

인접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 후소샤 역사교과서 개정판이 또 한 차례 동북아에 파문을 예고하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 주요국들이 전쟁과 식민지 지배 문제를 자라나는 2세에게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살펴본 책이 나왔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과 일본의 역사에 대한 태도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독일은 전쟁 책임을 명확히 하고 그 배상을 위해 60조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과거 문제를 '히틀러와 나치스'에게만 돌리지 않고, 국민 전체의 문제로 파악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피해국인 폴란드와 지속적인 역사교과서 대화를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전쟁 책임에 대한 기술이 명확하지 않고 가해와 피해에 대한 내용도 모호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런 정도의 근현대사 서술에도 불만을 품고 '자랑스러운 민족사'를 주장하는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전근대사의 경우도 단일민족설에 바탕을 둔 단선형(單線型)의 발전을 강조함으로써 다른 민족들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이런 차이는 이들 국가의 피해자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폴란드는 1990년대 이후 독일과의 관계가 급격히 호전되면서 자신들의 피해는 상세히 다루면서도 가해자인 독일에 대한 증오감은 없다. 반면 한국은 강한 민족주의사관에 의해 일본으로부터의 피해를 강조하고 인접국에 대해 공격적이다.

자국의 국수주의적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편저자들의 눈에는 한국 역시 자기 민족을 상대화하기 어렵고 다른 민족과의 공존을 경시하는 나라로 비치고 있다.

한편 중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는 일본의 침략에 대해 엄격한 비판적 관점을 취한다. 중국은 1894년 청일전쟁(갑오중일전쟁)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과 중국에 대한 침략이 계속됐다고 기술한다.

싱가포르는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를 제국주의의 당연한 귀결로 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식민지배국이었던 네덜란드와 일본을 동일하게 취급한다. 이에 비해 20세기 내내 피해자였던 베트남은 오히려 "과거를 닫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역설적 태도를 보인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역사 교과서는 이와 사뭇 다르다.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가해에는 눈을 감고 독일로부터의 피해는 크게 기술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영국과 미국은 세계사를 주도한 국가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근대화' '문명화' '민주주의 확산' 등을 강조하며 총체적인 이해와 토론 중심의 수업을 지향한다.

결국 어느 나라의 역사교과서나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되도록 적게 기술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는 민족주의 사관을 넘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정치권력이 아니라 인권과 평화의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이 책의 편저자들은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