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나 '언브레이커블'이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지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영화였다면, '나인 야드' '밴디트' 같은 B급 코미디는 브루스 윌리스의 '취미' 같은 장르일지 모른다. 하지만 관객들이 바라는 건, 여전히 '폼' 잡는 브루스 윌리스다. '다이 하드'에서처럼, 못된 성질 때문에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불화를 일으키지만 언제나 '한 방'만은 살아있는 그런 남자 말이다.
'호스티지(Hostage)'는 땀내 나는 브루스 윌리스의 주먹질을 그리워하는 관객들을 위한 영화다. LA경찰국 협상전문가인 제프 탤리(브루스 윌리스)는 턱수염을 다듬으며 범인과 협상을 할 정도인 베테랑. 하지만 판단 실수로 아버지 손에 아들을 죽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낙향해 작은 마을의 경찰서장으로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아내와 딸은 이런 제프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의 골이 깊다. 스미스 가족이 살고 있는 대저택에 캐딜락을 훔치려는 세 소년이 잠입하면서 제프의 일상은 무너진다. 소년들은 순찰을 나온 경찰을 쏘고, 마침내 세 가족을 인질로 잡는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정체 모를 괴한들은 아내와 딸을 납치, "스미스 집에 있는 DVD를 안전하게 갖고 나오라"고 요구한다. 제프는 인질극의 해결자이자, 다른 인질극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경찰이라는 직업적 회의감이 느껴지는 브루스 윌리스의 말투와 시선, 주먹에서는 슬슬 인생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브루스 윌리스는 몇 년 후쯤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보여줬던, 자기의 성을 자기 스스로 허물어 새 집을 짓는 그런 연기를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마저 든다.
그러나 브루스 윌리스의 모노톤 액션 연기에 비해 영화는 여러 곳에서 '과잉'이다. 세상의 규범을 모르는 듯한 스미스네 인질범들은 도미닉 세나 감독의 '칼리포니아'나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의 인물들과 심리적 탯줄이 닿아있지만, 독창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극적 색감과 그래픽의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 영화를 만든 감독의 감각은 꽤나 젊어 보이지만, 늙은 경찰과 세 청년의 대결구도를 그리는 데는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건질 건 역시 브루스 윌리스의 주먹 맛이다.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