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항의, 의원직을 사퇴하는 한나라당 박세일(朴世逸) 의원의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날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을 방문, 자신이 이달 초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를 즉각 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치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을 놓고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날 박 의원의 사퇴 기자회견장에는 '수도권지키기투쟁위원회' 소속 이재오 김문수 의원과 윤건영 박재완 이주호 박형준 의원 등 2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도열했다. 박 의원의 사퇴는 행정도시 반대 움직임을 더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야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분할법'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기본 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번에 통과된 '수도 분할법'이 바로 나라를 망치는 전주곡인 것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지난해 헌재 판결의 취지는 수도 이전은 반드시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인데, 여야 지도부는 국민의 의사와 동의를 구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막후 합의로 강행 처리했다"며 "만일 이 법률이 또다시 위헌 판결을 받게 된다면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는 스스로 해산해야 한다"고 했다. 또 "'수도 분할법'은 여야간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략적 타협의 기형적 산물", "국가 발전이나 국리 민복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특정 지역을 의식한 여야간의 선거전략, 득표전략의 산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많은 나라들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은 것은 인기 영합적, 평등주의적 국가 정책 때문"이라며 "지방으로 행정부를 이전하고, 공공기관을 골고루 나눠주면 엄청난 비효율과 혼란을 가져오고 국가와 사회를 하향 평준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잘못을 견제·비판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들러리 정당'이 됐다"고 했다.
이날 김원기 의장측은 "박 의원이 한나라당 당론에 반발해서 의원직을 사퇴하려 한다고 봐야 하므로 당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을 경우 박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려면 한나라당을 탈당해야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은 탈당 방식의 사퇴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이 의원직을 수행하지 않으면서도 명목상 의원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