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KB 스타배 여자 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15일 서울 장충체육관. 전날 루스 라일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삼성생명 선수들의 얼굴은 결연한 의지로 굳어 있었다. 뒤늦게 합류해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라일리는 1차전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14일 소속 팀인 콜로라도 칠의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쳐 입원한 상태.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던 삼성생명엔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오히려 나머지 선수들에겐 새로운 자극이 된 듯 승리의 메아리로 돌아왔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생명이 3차전에서 변연하(21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3점슛 2개)와 박정은(20점 6리바운드·3점슛 4개)을 앞세워 63대53으로 승리, 챔피언을 향한 불씨를 살렸다.

삼성생명은 절대 열세라는 예상과는 달리 1m80의 센터 김아름과 나에스더가 취약한 골밑에서 김계령(1m90)·이종애(1m86) 등 우리은행의 장신 선수들과 대등한 리바운드 싸움(31―32)을 벌였다.

초반부터 풀코트 프레싱으로 나선 수비에선 밀러·김영옥의 외곽포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박정은의 3점포가 터지면서 1쿼터를 22―14로 앞선 삼성생명은 이후 상대가 실책하면 빠른 속공으로 연결시키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공격시간 24초를 거의 다 쓰는 지공 플레이를 펼쳤다. 3쿼터 한때 2점차(36―34)로 쫓긴 게 유일한 위기였지만 변연하·박정은의 슛으로 벗어난 이후 고비마다 변연하·이미선·박정은의 슛이 터졌다.

박정은은 "총 없이 전쟁터에 나서면 칼질이라도 해보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경기하니 오히려 편했다"며 "나에스더(12점 6리바운드) 김아름(7리바운드) 조은주 등 묵묵히 자기 역할을 잘 해준 동생들이 오늘 승리의 일등공신인 것같다"고 말했다. 정덕화 삼성생명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모습에 나도 놀랐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우리가 가진 그대로를 살려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4차전은 16일 오후 2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