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관심 속에 출발, 그러나 밋밋한 마무리. 탤런트 고현정의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관심의 초점이 됐던 드라마 ‘봄날’이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26.9%(AGB닐슨미디어리서치 분석)의 시청률로 첫발을 뗐던 드라마 첫회를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마지막회 시청률은 뜻밖이다. 24.2%였다.

30% 가까운 시청률로 ‘선점효과’를 누리며 시작한 드라마는 통상 극의 진행과 함께 갈등구조가 첨예화되면서 ‘고공비행’을 하게 마련. 그런 면에서 ‘봄날’의 경우는 ‘연구대상’이다.

극 초반 높은 시청률은 ‘고현정 효과’에 기댄 측면이 높다. 10년 전 ‘모래시계’의 그녀를 기억하는 남녀 시청자들이 앞다퉈 채널을 고정시켰고 어머니에 대한 아픈 상처를 안고 말문을 닫은 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고현정 효과’는 은호(지진희)와 은섭(조인성) 두 형제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은(고현정)의 모습이 중반 이후 지루하게 반복되면서 크게 약화됐다. 시종일관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드러내지 못하는 정은의 소극적인 캐릭터는 현실의 여성상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배혜영’씨는 “삼각구도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주인공은 식상하다”고 했다. 진부한 여주인공 캐릭터 설정은 시청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섭의 동거녀인 경아(이소연)와 같은 개연성 없는 조연의 등장도 드라마에 찬물에 끼얹었다.

초반부에 ‘고현정 효과’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던 스피디한 진행도 갈수록 드라마에 부담이 됐다. 은호와 정은이 비양도에서 순식간에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 은호가 생모를 찾아갔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 등 1~5회의 충격적 장면에 적극 반응했던 시청자들은 이후 더 큰 자극을 받지 못했다.

여느 드라마와 달리 등장인물 사이에 뚜렷한 선악구도를 설정해놓지 않았다는 점도 흡인력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일본 드라마 ‘별의 금화’는 주인공 형제가 병원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것으로 돼있지만 ‘봄날’에서는 그렇지 않다. 은섭과 은호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사이. 은섭의 어머니나 은호의 옛 여자친구 민정 등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악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연출자 김종혁 PD는 “당초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측면에서 드라마를 구상했기 때문에 선악구도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며 “일반적 드라마의 관행에서 차별화해야겠다는 판단하에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도 치중했는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다소 지루함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