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왼쪽), 이건희 회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부부와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 부부가 13일 만났다. 서울 한남동 이건희 회장 자택 인근에 있는 삼성문화재단 소속 '리움(Leeum)미술관'에서였다. 'Leeum'은 이 회장의 성인 'Lee'와 'Museum'의 'um'을 결합한 이름으로 국내 최대 민간 미술관이다.

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 리움미술관을 찾아 2시간 가까이 전시 작품을 관람했다. 국보급 도자기 등 고미술 작품들이 전시된 '뮤지움 1'과 동·서양 유명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뮤지움 2'를 두루 돌아봤다.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문화한국, 선진한국, 리움미술관의 개관을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아들 건호씨 부부, 딸 정연씨 부부도 함께했다.

이 회장 부부는 전시관 입구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한 뒤 관람 내내 함께 다녔다. 실무책임자들이 설명하고 간간이 이 회장 부인 홍라희(洪羅喜) 여사가 설명을 곁들였다고 한다. 홍 여사는 미술관 관장이다.

두 부부는 4시45분부터 약 15분간 티타임도 가졌다. 주로 작품 얘기를 주고받았을 뿐이라고 양측은 밝혔다.

이날 만남은 노 대통령이 그동안 재벌 회장들과 만나야 된다는 주변의 건의를 "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물리쳐온 터라 재계에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청와대와 재계 사이에 직접 대화 통로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문화관광부 및 주변의 추천에 따라 이 미술관을 관람했을 뿐"이라면서 대통령 가족의 문화생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청와대측은 비공식 일정이라는 이유로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측에서도 "우리가 뭐라 말할 일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이 미술관 안내를 한 것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지 무거운 얘기를 주고 받을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경내에서 현대차 정몽구(鄭夢九) 회장 안내로 수소전지 자동차를 시승했었다. 청와대측은 이날 방문을 수석·보좌관회의 자리에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