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시인’ 이성부(李盛夫·63·사진)씨가 백두대간 종주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 책은 1997년 시작해 지난해 6월 끝낸 남한 쪽 백두대간 길에서 만난 서정을 담은 연작시집이다. 1980년대 초부터 찾은 지리산 등반을 담은 ‘지리산’(2001)에 이어진 작업이다. 내면과 연성(軟性) 취향의 우리 시단에 그의 시는 남성적 강성함과 생명력으로 우뚝 서있다.

"산은 그대로 나의 삶이고, 시(詩)였습니다. 사람의 마을을 벗어나 산에 오르면 세상의 일을 깨닫고 명징하게 보게 됩니다. 사람은 정신의 먹이를 찾아 산에 오르죠."

'내가 걷는 백두대간'이란 화두 하나 붙잡고 지리산 자락을 넘어 덕유·속리·태백·두타·오대·설악을 지나 백두대간의 남측 한계선인 금강산 진부령에 이르니 모두 165편이 배낭에 찼다. "나이 50 넘어 인수봉 암벽 등반을 배웠다"는 시인은 주말을 이용해 하루 혹은 이틀씩의 토막산행으로 백두대간을 타기 시작했다.

애초 시인의 산행은 1980년 광주에 대한 부채감으로 시작됐다. "모든 말과 문자로 씌어지는 것들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생겨 8년 동안 시를 버렸습니다. 산행으로 절망을 달래던 어느날 나에게 산이 왔습니다. 그 산으로 인해 다시 시를 찾게 되었죠."

"힘과 부정의 미학에 쏠렸던 나의 시도 산에서는 부드러움과 긍정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는 시인에게 산행은 깨달음의 도정이기도 하다. 그 길에서 자유와 고독을 만났다.

'저를 낮추며 가는 길이 길면 길수록/ 솟구치는 힘 더 많이 쌓인다는 것을/ 먼발치로 보며/ 새삼 나도 고개 끄덕이며 간다'('저를 낮추며 가는 산-내가 걷는 백두대간 101')

"올라가는 길의 힘겨움과 내려가는 길의 편안함이 서로 뒤바뀌는 모습은 사람의 생의 길과 같죠."

'버려야 할 것을 모두 버린 다음에라야/ 나도 마루에' 오를 수 있고,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하는' 자연의 이치도 깨닫는다. 외진 등산로에서 옛 사람들 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본 시인은 자신의 발자국도 그 위에 포개지며, 그 길이 앞으로도 늘 새로운 사연들로 가득 차리라는 것을 노래한다."한번 오르면 10시간 정도 산길을 탄다"는 시인의 산행에는 시인 김영재, 강희산, 윤경덕 시인이 자주 동행했다.

'산을 배우면서부터/ 참으로 서러운 이들과 외로운 이들이/ 산으로만 들어가 헤매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산을 배우면서부터-내가 걷는 백두대간 87' 중)

"산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집에서 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 또한 세상살이의 마음과 같아요. 떠남과 돌아옴의 되풀이가 우리네 삶의 모습이니까요."

(최홍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