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서면 아이들도 바로 섭니다. 제가 아버지께 배운 것도 그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 학생은 없습니다. 문제 가정과 학교, 사회가 있을 뿐입니다."

원광학원 이사장 조정근(71·본명 연구) 종사(宗師)가 자신의 30여년 교육계 경험을 정리한 '나는 평생 아버지 흉내만 낸다'(고려원북스)를 펴냈다. 조 종사는 원불교 교무행정을 총괄하는 교정원장(1994~2000)을 역임한 원불교 최고위 성직자 중 한 명. 그는 1960년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나와 성직자인 교무생활을 하면서 원광중·고교 교사를 시작으로 지금도 원광학원 이사장으로 교육계와 인연을 이어왔다. 이 책에서 그는 주로 1977년부터 8년간 교장으로 재직했던 서울 휘경여중 시절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가 당시 교육자로서 했던 시도는 20년 세월을 넘어 여전히 울림을 준다. 그는 학생들이 교정에 심어진 사과나무의 열매를 자꾸 따가자 꾸짖기 보다는 '사과 하나 외로이'라는 노래를 지어 아이들에게 가르쳐 자연스레 자연의 고마움을 깨치게 했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규율부를 학교 정문에서 없앴다. 대신 교문 앞에 평균대를 설치해 그 위를 똑바로 걷도록 함으로써 심신의 균형을 잡도록 무언(無言)으로 지도했다고 한다.

교장 시절 일기에는 직접적이진 않지만 성직자 다운 태도가 배어 있었다. "청소년들아, 인격이란 무슨 일이나 잘하는 데 있다기보다 누구하고나 일을 잘하는 데 있다. '나는 반달이다'라는 생각을 늘 지니도록 해라."

"끝도 처음 같이, 남도 나와 같이, 속도 겉과 같이 등 세 가지를 삶의 표준으로 산다"는 그는 "다행히 학생들이 제 이야기를 잘 따라 주어 여학교 교장이었지만 몇몇 졸업생 결혼식 주례를 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은 평생 아홉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솔선수범으로 대가족을 이끌었으며 자신을 원불교로 이끈 부친을 기리기 위해 붙였다.

(김한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