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의 빚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중상층 엘리트 가정을 산산조각 냈다. 빚을 진 아내는 유산을 노리고 지방 명문 국립 K대 교수인 남편을 청부살해 하려다 발각되자 자살했다. 명문 사립 K대를 졸업한 아들은 어머니를 도와 아버지 청부살해를 모의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경찰 수사를 믿지 않고 아들을 구명하기 위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 박모(50)씨가 남편을 살해할 것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쯤. 씀씀이가 컸던 박씨는 돈을 벌 요량으로 2002년 9월부터 다단계 판매사업을 시작해 4개월여 만에 억대의 빚을 졌다.
남편(52)은 작년 11월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1억3000만원의 빚을 갚아 주었고, 아내의 신용카드를 회수했다. 하지만 박씨에게는 남편이 모르는 카드·사채빚 8000만원이 남아 있었고, 채권자들의 빚 독촉은 점점 심해졌다.
이 사실이 들통날 것을 두려워한 박씨는 청부용역 전문 사이트 운영자인 김모(29·구속)씨에게 사제 폭발물을 이용해 남편을 살해해 달라고 의뢰했다. 남편을 살해하면 1억원을 사례금으로 주는 조건이었다.
남편 앞으로는 1억여원의 보험금과 사망시 학교측에서 나오는 연금 9000여만원이 있었다. 시가 6억여원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도 상속받을 수 있었다. 박씨는 평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던 아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았고 아들도 범행 가담을 결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씨 모자(母子)는 사이트 운영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남편의 출·퇴근 경로와 주차위치 등을 알려주고, 폭발물을 보내는 방안을 강구했다.
이들의 범행계획은 사이트 운영자 김씨가 또 다른 청부살인사건(본지 3월 1일자 A10면 보도)으로 지난달 말 경찰에 구속되면서 발각됐다. 경찰은 인터넷 사이트의 고객명단을 입수해 이들 모자의 청부살해 계획을 확인하고, 지난달 24일 이들을 소환조사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부인 박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8시쯤 서울 대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창문에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박씨는 자살 직전 남편에게 "미안하다, (빚과 관련해) 속인 게 잘못이다, 두 아들을 잘 부탁한다, 나중에 만나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아들 김씨는 사이트 운영자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통장거래 내역이 발각돼 3일 구속됐다.
하지만 아들 김씨는 3일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처음 어머니의 범행계획에 가담했으나, 차마 아버지를 죽일 수 없어, 어머니를 말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김씨는 "아들은 어머니의 지시를 잠깐 따랐을 뿐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