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국에 봄이 ‘나리고’ 있다.
제주 봄은 노랗게 핀다. 동쪽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에서 유채꽃이 노란 망울을 피우면 서쪽 산방산 앞에서도 노란 유채꽃 물결이 인다. 4월 9일 북제주군 교래리에서 시작되는 유채꽃 큰잔치를 벌써부터 준비 중이다.
산방산을 찾은 관광객 문수현(45·서울)씨는 “한라산 꼭대기 하얀 눈에 제주 해안가 유채꽃이 물들면 얼었던 몸이 녹는 듯하다”고 말했다.
바다를 건너, 봄은 해운대 갈매기가 맞는다. 부산 봄의 전령사. 겨울의 긴 커튼을 재잘거리며 걷어간다. 해운대 드문드문 백사장에 앉은 연인들, 때 이른 봄소풍에 들뜬 유치원생들, 바람을 즐기는 요트인들, 그리고 해안 산책로 옆 장기판 주위 노인들. 갈매기의 봄소식에 모두들, 파란 하늘을 본다.
전남 광양군 다압면 섬진강변 백운산 동편 자락. 10만평 매화 봉오리가 흰 장갑을 흔들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인 전남 여수 오동도엔 선홍색의 동백꽃에서 봄이 열린다. 섬진강을 타고 북쪽으로 지리산녘 전남 구례. 산수유 꽃망울이 노란 파도를 준비 중이다. 오는 19일이면 노고단 아래 구례군 산동면 일대에서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이날 낮 12시 대구 동구 지저동 화훼단지. 양쪽 차선은 꽃을 찾는 차들로 가득하다. 비닐하우스에서는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봄소식이 마음을 살짝 여는 모양이다.
데이지, 팬지, 미니수선화…. 꽃을 보듬던 김현애(여·42·황금농원)씨는 “꽃기운이 모든 이들에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 봉덕동에서 온 송정숙(여·53·주부)씨는 “꽃 화분을 남편과 아이들 책상에 올려주려고 나왔다”며 미소지었다.
산업현장 봄은 옷 차림새로 온다. 이날 오전 7시50분쯤 울산 현대중공업 일산정문. 오토바이로 출근하는 1만2000여명 복장이 모두들 가볍다. 목도리도, 가죽 장갑도 벗어던졌다. 이 회사 이준우 대리는 “올해 매출 목표는 11조원은 가볍게 넘길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인천 연안부두. 67t급 ‘203 민성호’ 갑판 위에서는 선원들 손놀림이 바쁘다. 그물을 한 올 한 올씩 얽히지 않게 상자에 담는 중. 5일 아침 일찍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 바다로 꽃게잡이 나간다.
길이 50m 너비 2m나 되는 유자망 그물도 가득 실었다. 쌀, 계란, 두부, 라면, 양파, 그리고 소주…. 먹거리도 챙겼다. 만선(滿船). 선장 배진철(55)씨가 봄을 맞는 각오다.
서울 도심 남산 식물원. 용산 국제크리스천학교 학생들이 생물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12년을 살았다는 인도 출신 아만(Aman·15)군도 “그동안 남산에서 본 꽃들이 이번 봄에도 가득 필 것”이라며 웃었다.
오후 서울 경복궁. 최원주(여·20)씨는 “햇살도 따뜻해 올 들어 처음으로 봄에 맞는 분홍색 색조 화장을 했다”며 “분홍 코트에 분홍 신발까지 신고 보니, 마음에는 봄이 한 가득”이라며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