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민족 간 갈등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 발칸반도의 역사와 그 혼돈 속에서 사라져간 인간의 운명을 그렸다.
16세기부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거쳐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접경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셰그라드와 이 도시를 관통하는 드리나 강 위에 놓인 다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400여년의 인간사를 조명한 대하소설이다.
1516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다리를 놓으면서 지리적·종교적으로 철저히 분리되어 있던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갈등하게 된다. 드리나 강의 다리는 이질적인 문화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지배 제국이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장소가 된다.
소설은 다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200여 개의 에피소드들을 모은 발칸의 대서사시라 할 만하다. 각 에피소드는 특정 주인공이 부각되는 대신, 11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석조다리가 이야기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다리는 세르비아 정교도, 이슬람, 가톨릭, 유태인들 간의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의 무대이자, 이들 모두의 관찰자이자 주인공이 된다.
드리나 강변의 왼쪽에서는 기독교인, 오른쪽에서는 이슬람의 아이들이 태어나 갈등의 씨앗을 배태하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인종과 종교에 관계없이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 지배 세력의 횡포에 맞서는 민중, 종교 갈등의 광기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민초들의 애절한 사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리 곁에서 인간의 세대는 반복되었지만 다리는 그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든 흔적을 먼지처럼 털어버리고 그냥 그렇게 남아 있다. 작가는 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의 역사 속에서도 인종·종교적 차이를 뛰어넘는 유머와 휴머니즘을 잊지 않는다.
발칸반도의 보스니아에서 태어난 저자는 2차 대전 중에 집필한 ‘드리나 강의 다리’ ‘트라브니크의 연대기’ ‘아가씨’ 등 보스니아 3부작을 통해 갈등과 견제 속에서 형성된 발칸 특유의 문화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61년 “조국의 역사와 관련된 인간의 운명과 인류의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는 서사적 필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