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역에서 고장나 서 있던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작동하는 바람에 70대 할머니가 뒤로 넘어져 숨졌다. 이 사고를 둘러싸고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사용해온 영등포 롯데백화점과 철도공사측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2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영등포역에서 멈춰 서 있던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던 나모(여·79)씨가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뒤로 넘어졌다. 주위에 있던 역무원의 도움으로 역사 내에서 쉬던 나씨는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목격자 박모(44)씨는 “멈춰 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할머니가 에스컬레이터를 내리기 직전에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뒤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전체 길이 38m로, 1층에서 3층 역대합실을 오르는 데 사용돼 왔다.

사고 당시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는 안내문이나 안내요원이 없었다. 당시 나씨와 함께 있던 며느리 정모(46)씨는 “어머님이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것을 도와 달라고 3층 역무원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사이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철도공사와의 계약은 지난달 28일로 끝났다”며 “에스컬레이터 오작동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철도공사측은 “현재로서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섰다 갑자기 움직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만약 기계 고장이 원인이라면 최근까지 관리를 맡은 백화점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멈춘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열쇠로 재작동시켜야 한다”며 “사람이 오르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누군가 작동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관계자를 대상으로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움직이게 된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