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깊었던 만큼 미움도 큰 걸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대표적인 박 대표 사람이던 박세일(朴世逸·사진) 전 정책위의장 관계가 이렇다. 그렇게 가깝던 두 사람이 행정도시법 처리문제 때문에 결별했다.

박세일 전 정책위원장

박 전 의장이 1일 밤 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직 사퇴 의사를 전했지만 박 대표는 붙잡지 않았다. 박 대표는 2일 의총에서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밀고 당기는 일이 많이 있었지만 정책위의장과 관련해서는…"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3일에는 "그렇게(박 전 의장이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으면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관계 급랭(急冷)이다. 뒤끝도 좋지 않아 보인다. 박 대표측은 박 전 의장을 '소영웅주의자'라고 폄하하고, 박 전 의장측은 박 대표가 "나라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맞받는다.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시작됐다. 서울대 교수이던 박 전 의장을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으로 모셔 온 사람이 박 대표다. 선거가 끝나자 박 대표는 박 전 의장에게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맡겼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행정도시법이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정치인인 박 대표는 충청권을 외면할 수 없었고, 학자인 박 전 의장은 국가적 부작용을 더 중시했다. 박 대표가 여야 합의를 밀어붙이자 박 전 의장은 "정부 부처를 두 도시로 쪼개면 국가적 재앙이 온다"며 막아섰다. 박 대표측은 "박 전 의장이 지난달 23일 의총에서 표결로 여야 합의안이 통과된 뒤에는 당론을 수용한다고 해놓고 나중에 딴소리를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박 전 의장측은 "대외적으로는 모양새를 생각해 당론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당 내부 회의 등에서는 계속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해왔다"고 말한다.

(신효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