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협의 해소와 지역안보’를 주제로 한 제2 회의의 초점은 단연 북핵 문제였다. 첫 발언에 나선 미국 하버드대의 애슈턴 카터(Carter) 교수는 “북핵 6자회담은 완전 실패(total failure)”라고 규정, 회의 초반부터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 “북핵 6자회담은 완전 실패”

1993~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부 차관보로, 북핵 시설이 있는 영변 지역에 대한 ‘족집게 공격’ 계획을 담당했던 그는 “6자회담이 실패하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미국·중국 3개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또 “영변 핵시설 공격이 이뤄졌다면, 어떠한 방사능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성공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 임명된 크리스토퍼 힐(Hill) 주한 미대사는 “6자회담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6자회담을 통해 이 지역의 안보를 굳건하게 만들고 미국과의 관계를 튼튼하게 할 것”이라며 ‘6자회담 실패론’을 반박했다. 힐 대사는 “북한은 6자회담만이 미래로 이끄는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난 3차회담에서 제시한 우리의 안을 회담장 안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는 북한 침공 의사가 없다. 북한은 어떤 침공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미국이 좀더 북한을 이해해야”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브레인인 문정인(文正仁)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더 강하게 나왔다. 그는 “카터 교수는 한국 정부의 북핵 정책이 혼란스럽다고 했으나 우리의 정책은 명확하다. 우리의 정책은 절대 북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6자회담이 약간의 유연성을 가져서 그 안에서 미·북 간 양자회담이 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기에, 미국이 좀더 북한을 이해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카터 교수는 문 교수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북한의 핵 개발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금강산,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핵 불용 정책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미·북 간 문제로 인식하는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위원장은 “금강산 사업은 관광사업이고, 개성공단 사업은 15개 기업만 참가하는 실험적인 것으로 경제협력 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며 “우리도 북한에 대규모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북한이 문제삼는 것은 남한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원(金瓊元) 전 주미대사는 “북핵 문제는 한반도 통일 이후의 ‘통일한국’ 문제와도 관련지어 생각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중국은 물론 주변국들이 통일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며 “유추하건대 주변국들은 북핵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동아시아에서 평화가 있었기에 이 지역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며 “안보는 산소 같은 것으로 이 문제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팔레스타인에 테러 자문단 파견하자

한승수(韓昇洙) 전 유엔총회 의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테러 위협을 줄이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테러리즘 시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 전 의장은 “우리나라가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테러대책 자문단을 만들어 보내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 성취 경험이 전달되고 성공하게 되면 테러리즘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뿌리 뽑는 데 보다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펑홍 상하이 사회과학원 교수는 “북한이 서방 국가들과의 완충지역 역할을 어느 정도 계속 유지해주기를 중국이 원한다는 (토론자들)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대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만 문제에 예민한 중국측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류근일(柳根一) 전 조선일보 주필은 “중국이 북핵 6자회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의심도 든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정말 그만한 영향력을 가진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는 등의 논쟁적인 질문을 통해 활발한 토론을 유도했다.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