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집무실에서 만난 그레고리 멘큐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20대에 하버드대학 교수가 된 그는 국내에 '멘큐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 경제학도들에게 맨큐의 ‘경제학 원론’으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47세) 교수가 지난달 18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직을 물러났다. 2003년 5월 29일 의장직에 취임한 지 1년8개월여 만에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 하리 로젠 교수에게 물려 주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 퇴임 직전 워싱턴DC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국가 지도자가 경제학 교수들이 모델로는 알 수 없는, 얼마나 많은 정치·사회적 제약 및 현실과 싸워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맨큐 교수는 컬럼비아대를 거쳐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6세(1984년) 때부터 MIT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85년 하버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2년 만인 1987년 29세에 정교수가 됐다. 1980년대에 ‘경제학계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불렸던 그는 1997년 ‘경제학 원론’을 저술, 영어판이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1948년 초판 이후 16판을 거듭해온 ‘새뮤얼슨 경제학원론’의 아성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렸다.

―대학으로 돌아가면 백악관에서 경제정책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경제학 교과서를 수정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가.

“워싱턴에서 현실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교과서 이론들이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이익집단 관계자 등 사회 주요 인사들이 경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맨큐의 ‘경제학 원론’은 다른 경제학 교과서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

“경제학 공부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썼다. 경제학 원론은 수요와 공급 원리에 중점을 두고 단순화했다. 장래 경제학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대상이 아니라 대학 신입생들이 이해하고, 비경제학자들이 경제 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전 세계 학생들이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 오면 즐거운 마음으로 답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를 팔아 백만장자가 되었다는데….

“(웃으면서)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다. ‘경제학 원론’과 ‘거시 경제학’ 영문판이 100만부 이상 팔렸으며, 한국을 포함해 17개국 언어로 번역·출간됐다.”

―경제학 원론 표지도 특이하게 디자인돼 있다.

“시장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통계나 그래프를 일부러 피했다. 경제학은 통계가 아니라 사람들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알프레드 마샬(신고전파 경제학자)의 19세기 경제학 교과서에 실린 ‘인간의 일상 경제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란 경제학 정의가 너무 마음에 들어 초판에는 19세기 당시 시장 모습 그림을 실었다. 이어 개판 때마다 다른 시장의 모습을 담았다.”

―올해 미국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미국 경제는 지난 2년간 IT 거품 붕괴, 기업 지배구조 스캔들, 테러 공격 등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지금은 매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4% 성장률은 평균 잠재 성장률(3%로 보고 있음)을 웃도는 수준이다. 앞으로도 잠재 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할 것 같다.”

―백악관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낙관론만 펼치는 것 아닌가.

“미국 경제는 세계 어느 경제보다 정부 규제, 노동시장 등 제도 및 관행이 신축적이어서 펀더멘털(기초)이 매우 튼튼하다. 물론 재정적자 등 장애물도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게서 ‘침체 경제’를 물려받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집행해야 했다. 장기적으로는 노령화 사회도 걱정거리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에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주요 의제로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 경제 전망은.

“세계 경제도 펀더멘털이 좋다. 위험 요소를 들라면 고유가(高油價)와 테러 공격 가능성이다. 유가는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어느 정도나 관심을 갖고 있나.

“무역대표부(USTR)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다만 대통령은 교역 상대국들과의 자유무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양자 교역 협상보다는 다자간 교역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양자 및 다자간 교역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달러 약세가 미국의 대외 교역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환율 문제는 재무장관 관할이므로 내가 언급할 성질이 아니다. 다만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기는 측면도 있다. 미국 국민들의 외국 제품 수요가 다른 국가의 미국 제품 수요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재무부 채권들을 매각할 수 있는데, 달러화가 폭락할 가능성은 없나.

“미국은 여전히 펀더멘털 측면에서 좋은 투자처다. 더 이상은 내 영역이 아니다.”

―세계 경제가 고유가로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가는 언제까지 고공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는가.

“다른 조건이 같다면 고유가는 분명 역풍이지만 심한 역풍은 아닌 것 같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해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유가는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고 서서히 움직일 것이다.”

―취미는.

“아이들(12살짜리 딸, 6살 10살짜리 아들)과 노는 것이 취미다. 뉴저지에서 자라났는데, 해변가에 별장이 있어 어릴 때부터 요트 타는 법을 배워 고등학교 때 잠시 요트 강사로 일한 적이 있다.”

―인생관이나 철학이 있다면.

“어릴 때 읽은 책 내용 중 ‘당신이 만족하는 일을 찾고, 그 만족하는 일을 하는 데 돈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는 글귀를 기억한다. 어떤 의미에서 교수 생활이 그 글귀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워싱턴=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