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달 25일 저녁 어둠이 깔리자 대전시 중구 옛 중구청 자리 옆에 있는 J-Rock(제이락) 바에 외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 한쪽엔 포켓볼 테이블이 자리잡고, 그 옆엔 후즈볼(foos ball·인형으로 하는 축구게임기)이 놓인 것이 전형적인 외국스타일이다.

이날엔 조금 특별한 일이 한가지 추가됐다. 입구에 적십자사 직원이 입회한 가운데 모금함이 하나 놓인 것. 연락을 받고 온 외국인들은 1만원씩 모금함에 넣고는 평소때처럼 음료수에 맥주를 마시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춤을 췄다.

대전에 거주하면서 대학이나 학원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인들이 쓰나미 피해자들에게 전해달라면서 133만원을 모아 지난 28일 대한적십자사 대전충남본부에 전달했다.

모금을 추진한 외국어교사협회(FLEA)는 2년전 시작돼 현재 155명이 가입했다. 이 단체 회장인 리차드 슬레작(53)교수는 대전서 9년째 사는 폴란드계 캐나다인이다. 슬레작은 "외국인 교사끼리 취업정보도 교환하고 어려운 일 있을때 도와주는 일을 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직업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던 한 동료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자 150만원을 모아 치료비로 전달했다. 캐나다에서 12년간 사회복지관련 일을 하다 대전에 온 슬레작은 5년째 배재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모임의 또다른 주요 멤버인 토마스 월스(56)는 2년전 대전으로 왔다. 미국에 있을 땐 파티기획자로, 방송프로그램 프로듀서로 일했으니, 영어교사는 3번째 직업인데 "가르치는 일이 좋고 한국인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고 말했다.

"필요한 거요? 한국어를 배웠으면 좋겠고, 정보제공이 필요하고요, 한국을 이해할 여행프로그램이 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인과 결혼한 슬레작은 대전에 뿌리박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