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체를 조장하고 살림비용이 2배로 늘어날 수 있다."(한전 김주영 노조위원장)

"세계 메이저 회사가 거래처이기 때문에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해야 한다."(석유공사 안재숙 노조위원장)

"이전(移轉)에는 찬성하지만 업무 특성을 감안하면 수도권 가까운 곳으로 가야 한다."(토지공사 간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180여 공공기관, 3만여명의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가족들까지 합치면 적어도 10만명 이상이 이래저래 영향을 받는다. 공기업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업무 특성을 무시한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서울에서 가까운 강원도 원주와 충청권으로 이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 12개 시·도에 10여개 기관 2000~3000명씩 '지역 배분'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전과 주공·토공·도공·가스공사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대형 공기업들은 12개 시·도에 1개씩 배분될 전망이다.

◆공기업들, 충청권·강원권 선호=공공기관들은 서울과 가까운 충청권과 강원도의 이전 당위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 행동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하지만 직원들 중 수도권 출신들의 심정은 절박할 정도다. 토지공사의 한 간부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공기업이 지방 이전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택지 개발이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서울과 가까운 충청권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공사의 한 간부도 "아파트 공급이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충청권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의 한 직원은 "실제 이전은 2012년에 이뤄지기 때문에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간부급 직원들보다는 30대 직원들의 우려가 더 크다"며 "가능하면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바람과 달리 대형 기관들은 전국 시·도별로 1개사씩 분산 배치될 전망이다. 정부는 광업진흥공사는 탄광이 있는 강원도로 이전하는 식으로 지역 산업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서 배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기업 '빅5'인 한전·토공·주공·도공·가스공사 등은 특정 지역과의 산업적인 연관관계를 고려하기가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토공·주공은 영남, 한전·가스공사는 호남식으로 지역을 안배할 것이라는 설(說)까지 떠돌고 있다. 이에 대해 공기업 노조들은 정치적 차원에서 입지를 결정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도시로 시너지효과 극대화=정부는 지역 경제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 시·도에서는 1개씩 혁신도시를 건설해 공공기관을 집단적으로 이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혁신도시는 50만~100만평 규모로 개발된다. 2007년부터 착공에 들어가 2012년에 이전이 완공된다. 혁신도시에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주거지, 산업단지도 함께 배치된다. 건교부 이명노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장은 "혁신도시에 지역 대학과 기업의 연구소도 유치, 지역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특목고·자립형사립고 등 교육시설도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 이전 수당, 이사비용 지원은 물론 배우자 직장 알선까지 해줄 방침이다. 여기다가 사택·기숙사 건립을 지원해주고 아파트 우선분양권도 준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전비용은 수도권 사옥을 매각하면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전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줄이고 기관장 평가에서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효과는 얼마나 될까=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얼마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까. 매출이 23조5999억원이 넘는 한전은 지방세만도 800억원 정도 낸다. 한전보다 규모가 작은 토지공사도 경기도와 성남시에 납부하는 세금이 연간 170억원 정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대형 공공기관이 옮겨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세수 증대효과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직원들과 방문객들이 먹고 자고 쓰는 돈까지 감안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한전의 경우 본사 직원은 1000여명이지만 전국 직원은 2만명이 넘고 연관 업체도 수천 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