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한국투자공사(KIC) 설립에 관한 법률이 국회 재경위를 통과했다. 8월쯤 출범할 KIC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의 10%인 200억달러를 위탁받아 투자에 나선다. 한국은행이 혼자 맡아 왔던 외환보유고 관리가 앞으로 한국은행과 KIC, 두 곳으로 이원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2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안정성 위주로 운용해 수익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외환보유액의 여유분을 해외 주식과 부동산에 적극 투자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KIC 모델로 내세우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재산을 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다. GIC는 기금 규모가 1000억달러에 달하고 다양한 투자방식으로 연간 10~15%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해외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이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외환보유고가 국가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堡壘)이기 때문에 대부분 '수익성'보다 '안정성' 위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외환 위기를 겪어 본 우리로서는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KIC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정부로부터 독립이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KIC 자금이 한국판 뉴딜 사업 같은 국내 경제정책을 지원하는 데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확실한 차단책을 만들어야 한다. 경영진 구성에서 전·현직 정부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산운용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 국민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2007년부터 국민연금을 KIC 기금으로 끌어다 쓰고 외환보유고 위탁액도 500억달러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아무런 운용 실적도 없는 상태에서 돈부터 끌어 쓸 생각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선 성과부터 국민들에게 보여준 다음 기금확대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