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대회가 열린 25일 강원도 도립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알로이시오고의 마지막 주자 김정민 선수가 힘겹게 눈길을 지치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2시간5분48.6초의 기록으로 남자 고등부 크로스컨트리(40㎞) 계주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은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뻐했고, 학교장 김 소피아 수녀도 학생들을 격려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스키 크로스컨트리팀이 있는 알로이시오 중·고등학교는 마리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전교생이 320여명인 중학교에 스키팀이 생긴 것은 지난 1993년. 3년 후에는 고등학교에도 크로스컨트리팀이 창단됐다. 동계 종목의 불모지라는 인식을 씻어내기 위해 팀 창단을 지원했던 부산 스키협회와 체육회도 이 학교가 3년 전 전국체전에서 중등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놀라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육상, 겨울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이중생활'을 하는 이들이 강원도 크로스컨트리 전용 경기장에 갈 기회는 1년에 고작 한두 번. 대부분의 연습은 바퀴 달린 롤러 스키로 해냈다. 이들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낼 수 있던 것은 크로스컨트리를 통해 대학·실업팀 진출과 더불어 태극 마크도 달 수 있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됐다. 이 학교 졸업 예정자인 김정민(19)은 한체대에 합격해 다음달이면 대학생이 된다. 24일 남고부 크로스컨트리 프리(15㎞) 부문에서도 은메달을 수확한 그는 "후배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중학교의 박성범(16)도 같은 날 중등부 프리(10㎞)에서 은메달을 따내 총 3개의 은메달을 거둔 알로이시오 중·고교팀은 창단 이래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학교 육상팀과 크로스컨트리팀을 지도하고 있는 이호종(45) 감독은 "부산 단일팀으로서 강원도 선발팀과 대등하게 맞선 것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라며 "지금 이상의 성적을 거두긴 쉽지 않겠지만 학생들의 꿈은 계속 피어날 것"이라고 기뻐했다.

(평창=곽수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