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위로 천천히 4인승 자전거 페달을 밟아 나가면 왼쪽으로 펼쳐진 낙동강 상류 영강(嶺江)변을 따라 치솟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 위로는 철교(鐵橋)·구교(舊橋)·신교(新橋), 3개의 다리가 나란히 놓여 있다. 오른쪽으로는 진달래와 철쭉이 늘어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진남역. 경북팔경(慶北八景) 중 제1경이라는 진남교반(鎭南橋畔)이다. 한때 석탄을 가득 실은 열차가 쉬지 않고 달리던 곳이다.

폐광으로 10년 이상 방치되던 석탄수송용 철로 위로 관광용 자전거가 달리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내달부터 마성면 진남역에서 가은읍 왕능리 석탄박물관까지 9.6㎞ 구간 중 공사구간을 제외한 4.5㎞ 구간에 걸쳐 문경관광 철로자전거를 정식 운행한다고 25일 밝혔다.

폐광으로 10년 이상 방치된 석탄 수송용 철로에 새로 설치한 철로자전거. 이재우기자 (블로그)jw-lee.chosun.com

지난해 4월부터 주말에만 실시한 무료 시범운행은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주말마다 사람들이 문경으로 몰려들었고, 자전거가 출발하는 진남역은 표를 끊으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당시 가족들과 함께 즐겼던 윤홍원(36·대구 북구 관음동·회사원)씨는 "철로 밑으로 흐르는 반짝거리는 강물, 터널 앞에서의 시원한 바람… 온 가족이 즐거워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타 보고 싶다"고 말했다. 5개월간 다녀간 관광객은 5만1000여명. 지난해 9월 시범운행 기간이 끝난 뒤에도 시청으로 매일 4~5통씩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후 문경시는 지난해 12월 철도청으로부터 19억6000만원에 폐철로를 아예 통째로 사들였다.

이 아이디어는 시민으로부터 나왔다. "방치된 폐철로 위에 자전거를 설치해 문경의 아름다운 경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재활용하면 어떨까요?" 2002년 9월 문경시청 홈페이지에 한 시민이 올린 한 건의 글이 철로자전거의 출발점이었다. 시는 외국 사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3년 5월 예산 1000만원을 들여 미국에서 2인승 철로자전거 2대를 들여왔고 시험 운행을 실시했다. '경치 구경도 할 수 있고, 직접 운전하는 기분이 일반 놀이시설보다 훨씬 낫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문경은 태백에 이어 전국 2위 규모를 자랑하던 탄광도시. 그러나 주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1980년대 16만명이던 인구는 8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이번 '철로자전거 상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진후진(41·문경시 모전동·회사원)씨는 "지난해에는 철로자전거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문경 전체에 활기가 넘쳤다"며 "문경이 예전의 영광을 되살려 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