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진객(珍客)’ 천연기념물 243호 독수리의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연말 18마리가 고압선에 감전돼 떼죽음한 데 이어 18일에도 1마리가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올 겨울 들어서만 26마리가 감전사했다.

◆"찾아오는 손님은 늘어나는데…"=전 세계에 서식하는 독수리는 3000여마리. 이 가운데 한반도를 찾아 겨울을 나는 독수리는 1500여마리다. 1000여마리는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장단 반도에서 월동하고 나머지는 남양주 천마산 기슭과 강원도 철원·양구·고성, 제주 등지에서 머무르다 3월 중순쯤 북쪽으로 날아간다.

최근 사고가 잇따른 장단 반도는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임진강변에 위치한 평지로, 국내 최대 독수리 월동지로 꼽히는 곳. 2~3년전만 해도 200~300마리에 그치던 독수리 수가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곳이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해 인적이 드물고 생태계가 잘 보존됐기 때문이다.

◆잇따른 감전사=18일 파주시 진동면 방목리 농로 옆 전봇대 아래에 독수리 1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은 "2만2000V의 고압선이 흐르는 전봇대 아래에 독수리가 죽은 채 있었다"며 "왼쪽 날개에 심하게 탄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제 때 발견되지 못하고 방치돼 야생동물의 먹이가 된 것을 포함하면 감전돼 죽은 독수리의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2004년 12월에도 장단반도로부터 1㎞ 떨어진 장단면 석곶리 민통선 지역에서 독수리 18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김성만(59) 한국조류보호협회장은 "나무 위에서 쉬는 습성을 지는 독수리들이 평야 지대에서는 전봇대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이들이 전선을 물어뜯다가 감전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 대책은=장단 반도 월동지는 2001년 12월 임진강 유역에서 독수리 떼죽음이 잇따르자 문화재청과 파주시, 조류보호협회가 독수리를 이곳으로 유인해 만들어 놓은 곳. 한전측은 최근 독수리 감전사가 잇따르자 고압선에 따로 피복을 입히는 등 보강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한갑수(52) 파주지부장은 "월동지가 평야지대에 위치해 독수리들이 마땅히 쉴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독수리가 휴식할 수 있는 언덕 같은 구조물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만 회장은 "당장 감전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먹이 주는 곳을 분산하거나 위험 요소가 없는 안전한 월동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