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협의회가 엊그제 내놓은 대학 평가 결과 속에 분야별로 최우수 그룹에 속한 대학들의 순위를 포함시킨 것은 대학 간 경쟁을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일단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교협의 평가는 외형적인 지표에만 치중돼 실제 교육의 질(質)을 측정하지 못했다는 말을 낳고 있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연구와 교육에 있다. 그런데 이번 대교협의 평가과정에서 교수의 연구성과를 따지는 논문점수가 전체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계공학부와 생물·생명공학부의 경우 7%에 불과했다. 그것도 논문의 질은 감안하지 않고 발표 편수만 세서 점수에 반영했다. 학생들의 실력은 아예 평가항목에서 빠졌고, 교육성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졸업생 취업률도 5~7%밖에 반영하지 않았다.

기계공학부의 경우 4명씩의 교수로 구성되는 9개 평가팀이 팀당 평균 9개 대학씩 맡아서 평가했다. 그런데 전체 순위 1등부터 3등까지가 어느 한 평가팀에서 나왔다. 그 평가팀이 점수를 박하게 주느냐 후하게 주느냐에 따라 대학 순위가 좌우됐다는 뜻이다. 3개 학문 분야에서 7~15위로 평가받은 서울대의 교수들은 "직업교육 위주인 학교와 전문 이론교육 위주인 학교를 같은 척도로 비교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도 하고 있다. 일리 있는 불만이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誌)가 매년 하는 미국 대학 평가에서는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대학과 학부만 갖고 있는 대학은 애초부터 구분해서 평가를 한다. 평가내용에서도 대학교수들의 동료집단 평가(peer assessment)를 가장 중시해서 전체의 25%를 반영하고 있다. 또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의 견해와 졸업생의 평균 초봉, 학생들의 입학성적 등 우리 대학 평가에서는 없는 질적 평가지표들을 훨씬 중시하고 있다.

대학 평가는 철저하게 하고 일단 산출한 평가결과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를 받는 대학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하고, 학부모와 기업들은 참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대학 평가라면 공연히 많은 돈을 들여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