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감옥살이를 하던 박주선(朴柱宣) 전 민주당의원이 대법원의 무죄 취지 선고를 받은 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박 전 의원은 현대로부터 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복역해왔으나 대법원은 그가 받은 돈이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라기보다 단순 정치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이에 앞서 나라종금으로부터 동생을 통해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1년 반 전 기소됐으나 작년 3월 1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있을 때 '옷로비 사건'에 부인 이름이 오르내린 당시 검찰총장을 도우려고 사직동팀의 내사보고서를 건네준 혐의로 구속 수감됐으나 보고서 유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누구든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원죄(寃罪)를 덮어쓰면 인생이 망가진다. 그런데 박씨에게는 그런 일이 세 차례나 되풀이되었다. 그냥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한 개인에게 너무도 가혹한 결과다. 물론 옷로비 내사 보고서 유출은 법적으로는 몰라도 고위 공직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벗어난 행동이었다. 다른 두 사안은 박씨가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판단을 달리한 경우다. 시비의 소지가 전혀 없지 않은 것이다. 그렇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어 결국 무죄가 날 사건들을 모조리 구속 수사하고 그것도 특정 개인에게 그런 일이 연이어 벌어진 것을 그저 단순한 수사 착오로만 보아 넘길 수 있을까.

박씨는 그동안 검찰이 자신을 표적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을 '파쇼 검찰'로 부르기까지 했다. 그는 이전 정권에서 검찰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이의 반발이기에 박씨 사건들을 둘러싼 정치적 풍문들이 그칠 줄 몰랐다. 법 이외의 무슨 사연이 있구나 했던 것이다.

박씨는 무죄 선고를 받은 사건으로 지난 5년 동안 감옥을 수없이 들락거렸다. 감옥에 있었던 기간을 합하면 1년 가량이다. 국가의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박씨 사건이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엄정하게 비춰봐야 한다.